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Mar 10. 2019

금요일 저녁, 지적이고 유쾌했던 북콘서트

유지원의 [글자 풍경]

"존 조가 나오는 '서칭'이라는 영화,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찾으면서 계속해서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데 디바이스에 따라 여러 가지 서체가 등장하죠. 혹시 존 조의 직업이 뭐였는지 아시는 분 계세요? 아, 영화에서 직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존 조가 회사에서 쓰는 컴퓨터에 리눅스체가 나오는 걸로 봐서 실리콘벨리에 있는 A.I 관련 회사겠구나, 하고 짐작을 할 수는 있는 거죠..."


글자체(타이포)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글자 풍경]의 저자 유지원 선생의 강의를 지난 금요일 저녁 성수동 대림창고 뒤쪽에 있는 성수연방 3층 천상 가옥 심야책방 행사에서 들었습니다. 전 내용도 모르고 그냥 쭐래쭐래 아내를 따라갔었는데 강의 직전 2층 서점에서 산 책을 조금 들춰봤더니 문장이나 사진도 좋고 내용도 참 흥미진진하더군요.


고대에는 문서를 접하는 사람이 권력자였다는 이야기, '새크리터리'와 '시크릿'이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구텐베르크는 현대의 벤처사업가 같은 인물이었고 세종대왕은 두뇌에 권력까지 가진 뛰어난 언어학자였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지식들이 마구 쏟아지는 자리였습니다. 궁체가 궁녀들이 쓰던 글씨체였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저자 유지원은 엄청난 교양과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참 겸손한 분이더군요. 거리의 간판 이야기부터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타이포의 가시성은 하이힐 같은 거예요. 그걸 신고 오래 일을 할 순 없지만 금방 눈에 띄는 것처럼요." 같은 쉬우면서도 적절한 설명 덕에 강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을 종이비행기에 적어 날리는 행사가 있었는데 제가 앞자리까지 나가 비행기를 던지는 추태를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제 글씨가 좋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약간 마음이 간지러웠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행사를 주관하고 사회까지 보셨던 박지호(Jiho Park) 편집장님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의도 좋고 책도 좋아서 그 감흥을 억누를 길이 없어서 성수동의 '소문난감자탕'에 가서 소주 세 병을 아내와 나눠 마시고 귀가했습니다. 이제 시간을 내 책을 찬찬히 읽고 독후감도 써봐야죠.


매거진의 이전글 전설적인 데뷔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