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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15. 2019

전설적인 데뷔작

이병주의 <소설 알렉산드리아>

어제저녁 집으로 도착한 책 중 섞여있던 잡지 <Axt>에 어느 소설가가 쓴 <소설 알렉산드리아> 리뷰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저 소설을 읽은 게 언제였던가. 흔히들 유명한 밴드의 데뷔 앨범은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소설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특히 이병주의 데뷔작 같은 경우엔 더 특별하고 나아가 전설적이기까지 하다.

당시 부산 <국제신보>의 주필 겸 편집국장을 하고 있던 언론인 이병주는 별다른 습작 소설 하나 없이 지인에게 건넨 원고지 뭉치 하나로 마흔네 살에 소설가가 되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세대>지에 실린 중편 <소설 알렉산드리아>였다. 소설은 답답한 한반도를 벗어나 멀리 지중해와 알렉산드리아라는 이국적인 풍광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 고등학교 때 이 소설을 읽은 나는 그 호방한 스케일에 반했고 지식인적 고뇌와 복수극의 재미를 한 프레임 안에 넣은 낭만적인 작풍에 해방감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왠지 대실 해밋이나 스콧 핏제랄드가 쓴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를 개봉 전 미리 읽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병주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건 구파발 전철역 앞에 있던 진양서점의 주인이었던 재희 누나가 권한 [행복어사전]이었다. 이후 대학 시절 집안에 굴러다니던 [비창]을 읽었고 나중에 [관부연락선]이나 [지리산]등을 이어 읽었다. 이병주는 다작의 작가였고 TV 드라마로도 많이 각색이 되었다. 술 세고 기억력 좋기로 유명했는데 세간에는 '술과 여자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하는 양반'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 중학교 2학년 때 한문 선생님(별명이 '난난이'셨다)이 이병주 소설가의 딸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나는 그가 쓴 아포리즘 중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이야기론(論)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병주다운, 화려하고도 요사스러운 문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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