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회삿돈 빼돌린 삼양 회장 사장 부부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애인과 싸우고 난 뒤 사과를 하면 따라오는 말 중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이 부분이다. 대부분 자기가 진짜 잘못한 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남자친구의 관심은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관계의 회복'에 가 있으니까. 어쨌든 잘못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무조건적인 사과는 여자친구에게든 국민에게든 모욕이 될 수 있다.
삼양식품의 전인장 회장이 회삿돈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의 아내 김정수 총괄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침에 YTN뉴스를 보니 김 사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무슨 걱정을 끼쳤다고 이런 사과를 하나.
나나 아내는 그 부부나 삼양이라는 회사를 걱정해본 적이 없다. 그냥 화가 날 뿐이다. 그러니 사과를 하려면 똑바로 하기 바란다.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서, 라고 두리뭉실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의도적으로 회사돈 50억원을 빼돌려 집 수리비로 쓰고 자동차 빌리느라 다 써서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해야 제대로된 사과다. 물론 홍보실 직원들이나 변호사들이 최대한 튀지 않게 사과하고 기자들의 질문엔 일체 대꾸하지 말라고 '조언'을 했겠지만.
세상이 다 그렇다는 거 나도 안다. 나도 그만큼 순진하진 않다. 다만 좋은 옷에 품위있는 표정에 온갖 폼을 다 잡았을 사람들이 계획적으로 훔친 회사돈으로 기껏 이딴 짓이나 하는 게 어이없고 한심해서 그런다. 혹시나 해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신문기사에서 인용한다: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위장회사(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삼양식품 관계사로부터 모두 약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 회장 부부는 빼돌린 돈을 자택 수리비로 쓰거나 고급 자동차 리스 비용으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5/20190125023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