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리뷰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물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평이 너무 좋아서 안 볼 수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길 잘했다!'다. 먼저 본 골수팬들은 이 영화를 보려면 전작 시리즈를 최소한 일곱 편은 마스터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굉장히 친절하게 하나하나 인물이나 플롯을 쌓아 가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작품에 빠져들 수 있다. 폭력의 강도가 센 깡패 영화나 갱 영화일수록 대사빨이 중요하듯이 액션이 화려한 히어로물이나 SF도 대본이 중요한데 이 영화는 메인 스토리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유머 있는 대사들이 곳곳에 가득해서 러닝 타임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나는 특히 "아냐, 너는 정말 어메이징 해!"라고 반복하는 대사가 제일 웃겼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올바르다. 영화에서 가장 큰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등장인물들이 하는 최종 판단 기준은 '휴머니즘'이니까.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꾸며낼 수 있기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같은 대사도 끝까지 빛이 바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냥 대학로 CGV에 가서 조조의 큰 화면을 2D로 보았다. 그래도 불만 없다. 재미와 감동, 능숙한 연출, 화려한 출연진은 물론 조연 존 파브로와 마리사 토메이의 정다움까지, 불만을 갖기 힘든 블록버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