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인용한 책을 만나다
요즘 제가 수요일마다 인천에 가서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말씀은 드린 적이 있죠? 지난주에 사소하지만 신기한 경험을 하나 했습니다. 워크숍은 인천 논현동의 <마샘>이라는 서점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어느덧 5주의 시간이 흘러 다음 주면 마지막 수업이군요). 지난주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잠깐 쉬는 시간에 서점을 둘러보던 저는 입구 쪽 매대에 가서 무심코 책 한 권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책 페이지를 열었죠. 그랬더니 거기 어디서 많이 본 문장이 적혀 있는 겁니다. 제 글이었습니다.
책은 이유미 작가의 『편애하는 문장들』이었고 <멀티력을 키우려면>이라는 소제목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에서 발췌한 제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누구든 잘하려면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다소 뻔한 내용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글도 아니고 멋진 내용도 아닌 평범한 문장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책의 존재도 몰랐고 읽어볼 생각도 안 했었으니까요.
저는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그 책을 들고 다시 회의실로 가서 함께 워크숍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이건 신기한 일이 아니냐고, 어떻게 이렇게 우연히 책을 펼쳤는데 하필 내 글을 만나게 되느냐고! 믿을 수 있냐, 놀랍지 않냐……. 그러나 저의 호들갑에 비해 선생님들의 반응은 밋밋하기만 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침착한 표정들이더군요. 생각해 보니 그랬습니다. 이유미 작가는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제 책을 잠깐 읽고 인용을 하게 된 것이겠죠. 그래도 고맙습니다. 이유미 작가님. 언제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꼭 인사드릴게요.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리고 책을 내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니 결국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살면서 했던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고 하잖아요. 장강명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고 했고 정세랑 작가도 이번 에세이에서 ‘쓸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라고 했고요. 맞습니다. 쓰는 게 남는 겁니다. 여러분, 글을 씁시다. 이야기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