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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18. 2022

글도 사람도 서로 기대는 것이다

청주통신 : 서로 기대는 것에 대하여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오는 일본 영화를 재밌게  기억이 난다. 《행복한 사전》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단어를 설명하고 정의하는  흥미롭다. 예를 들어 오른쪽은 '북쪽을 향했을  동쪽과 같은 '이라고 하는 식이다. 하나의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른 단어들의 힘을 빌려 오고 있다. 표준국어사전을 펼쳐 '사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이라 되어 있다. 사랑이라는 개념을 아끼거나 귀중히 여긴다는 말에 기대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사람 인(人) 자에 얽힌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은 혼자서 일어설 수 없고 서로 지탱해야 하기에 이런 글자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당신이 옳다』에서 정혜신·이명수 선생이 얘기하는 '부축'도 바로 이런 마음일  것이다. 사람도 글도 서로 기대야 하는 것이다. 왜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원래 그런 거니까. 이럴 때야말로 '원래'라는 말을 써야 한다. 이유가 필요 없다.  


사람이 동물보다 좋은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멀리 있는 존재에게도 기댈  있다는 점이다. 나는 오늘도 서울에 있는 아내에게 기댔고 하품하는 고양이 순자에게 기댔다. 혼자 있으면 어쩔  없이 외로운 것이다. 한편 청주에 사는 김해숙 선생은 서울 성북동의 '소행성  쓰기 워크숍' 일원이라 나에게 기대고 나는 청주에 와서 김해숙 선생이 운영하는 공동체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기대고 있다.  어제 미역국을 싸주신 해인네(해성 인문학 네트워크)분들을 위해 나는 로고타입으로 사용할 타이포그라피를 써주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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