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감사한 귀인을 만난 적이 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또렷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고마운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때는 25년 이른 봄 나의 동업자 수근이와 카페골목에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간단히 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날이 좋아 테라스에 앉아 자리를 잡았었다. 우리가 들어간 카페테라스는 테이블이 3개 남짓한 아담한 공간이었다. 그중 하나에 자리 잡은 우리는 그 당시 떨어진 매출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바빴다. 수근이는 육아휴직 중으로 나 혼자 꾸려나가던 우리의 사업이 어쩐지 매출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때였다. 고민이 많았던 우리는 챗지피티에게 마케팅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당시에 마케팅회사로부터 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는데 나도 모르게 한 사람과 길게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 마케터는 굉장히 솔깃한 제안들을 해왔다. 본인이 유명한 마케팅회사의 팀장이며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당당하게 어필해 왔다. 그 이야기를 수근이와 테라스에서 스피커폰 통화로 들으며 귀 얇은 우리 둘은 결제 직전까지 와버렸다.
우리가 마케터의 꿀발린 제안에 홀린 듯이 머릿속으로 매출폭탄을 꿈꾸며 긍정적인 대답을 늘어놓는 중에 바로 그녀가 나타났다.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 건너편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던 단발머리 여성이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우리에게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메모장에 “~~ 로 결제 유도하는 것은 사기예요”라고 큰 글씨로 적혀있었다. 스피커폰으로 마케터인지 사기꾼인지 통화하던 우리는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입 벌린 채로 당황한 채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머뭇거렸다. 그 여성 또는 귀인은 화면만 보여주고는 다시 성큼성큼 본인 갈 길을 떠났다..
우리는 당황한 채로 좀 더 고민해 보겠다는 말로 전화를 급히 끊어버리고는 그 여성 뒤를 쫓으려 카페 밖으로 뛰쳐나가 봤으나 이미 한참 멀어진 후였다.
그제야 우리는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했다. 이 사람이 실제로 이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맞을까? 아니 이 사람 이름이 유명한 마케터를 사칭하는 건 아닐까..? 매출을 몇 배나 바로 올려준다는 솔깃하지만 어딘가 믿을 수 없는 달콤한 제안에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우다다다 말을 너무 잘해버리니까 한 번에 지불해야 할 몇백만 원의 마케팅 비용은 잠시 잊고 우리가 벌 수 있는 돈만 생각하며 넘어갈 뻔했다. 아무 상관없는 우리에게 용기 내어 메모장을 보여주고 간 그녀가 우리의 귀인이 아닐까,,?
생전 가본 적 없던 그 카페에 앉아 그런 귀인을 만나다니 정말 감사할 일이다. 나와 수근이는 아직도 그 사람을 귀인이라 부른다. 어딘가에 계시다면 그 방향으로 절 올리겠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