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는 날

by 숭어

늦은 가을 겨울이 올랑 말랑 코 끝이 시리고 전기장판을 킬 때쯤이면 찾아오는 날. 엄마는 어김없이 만두를 빚는다.

겨울 내내 얼려두고 추울 때면 뜨끈하게 끓여주는 만둣국, 입이 심심하면 쪄내는 찐만두, 엄마 만두를 미리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

시집가기 전 네 명 가족일 땐 언제고 “엄마 만두~” 하면 엄마가 “몇 개 먹을래? 오빠도 물어봐 “ 하던 것이

이제는 내 살림 차렸다고 욕심부려 몇 봉지고 엄마 만두를 훔쳐와 냉동고에 소중하게 모셔둔다.


만두피는 동네 마트에서, 만두소는 엄마가 직접 만든다. 두부 가득에 질 좋은 간 고기, 숙주나물, 푸릇한 부추 등을 커다란 대야에 넣고 섞는다

살짝씩 간을 해가며 소를 만드는데 엄마는 본격 만두를 빚기 전 반드시 만두소의 간 테스트를 한다.

만두소를 조금 떼어 프라이팬에 동그랑땡처럼 살짝 구워 간을 보는 것이다. 난 또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 꼭 내가 간을 본다.

엄마가 ”어때? “ 하고 물으면 뜨거워서 말은 못 하고 쌍따봉을 날려주는 거다. 그럼 엄마는 만두소 동그랑땡을 작게 간식으로 나눠준다.

만두소 동그랑땡을 먹으며 본격 참견에 들어간다. 만두피가 왜 이리 많냐~ 언제 다 빚냐~ 그래놓고 제일 열심히 빚는다.

다 같이 자기 앞에 밀가루 뿌린 쟁반하나, 만두피 한통을 펴놓고 앉는다. 가운데는 만두소가 든 대야가 옆사람과 사이엔 작은 그릇에 물이 들었다.

밀가루 칠한 손에 만두피를 잘 펼치고 소를 넣는다. 늘 처음엔 욕심내다 만두피가 터지기 일쑤다. 소를 점점 줄여가며 만두피 끝에 손가락으로 물을 묻혀

만두가 터지지 않게 고정해 준다. 반달모양으로 만들었다가 동그랗게 빚었다가 내가 만든 만두는 누가 봐도 엉터리다.

반면에 엄마는 어쩜 그렇게 하나 같이 모양도 크기고 일률적일까? 기계처럼 똑같은 크기로 빠르게 빚어낸다.

또 재미난 것은 만두수다가 그렇게 재밌다. 만두를 빚어내며 실 없이 떠들다 보면 뚝딱이거든~


한 해는 남편과 함께 가서 만두를 빚고는 반이나 가져올 때도 있고 한 해는 엄마가 다 만들어서 얼려둔 만두를 훔쳐오곤 한다.

어릴 때부터 먹던 심심하고 담백한 엄마 손만두는 겨울 내내 소중히 꺼내 먹는다. 결혼을 하고 주부가 되어보니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지 모른다.

워낙 엄마 손맛에 길들여진 나는 만둣국은 꼭 냉동만두가 아닌 엄마가 준 만두로만 끓여 먹는다. 내 남편도 내 손맛으로 잘 길들여서

겨울이면 함께 만두를 빚으며 살아야지. 엄마가 준 따뜻한 사랑을 나눠야지. 올해도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