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집 사줘~
빠이에서 묵은 숙소는 모든 방이 방갈로 형태로 자그마하고 나무로 엮은 방이었다. 전부 넓은 테라스에 빈백이 놓여있고 침대도 포근했다. 늘 과일을 담은 작은 바구니가 놓여있고 방 청소 후 사탕 또는 귀여운 코끼리 키링 등이 선물로 놓여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카드키가 아닌 주먹만 한 귀여운 키링이 달린 열쇠도 받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식물들이 방 주변으로 가득하고 자갈 흙길들 사이엔 작은 연못들이 있어 잉어, 개구리, 올챙이가 그득했다. 특이한 나무가 많아서 낮이면 생전 처음 보는 예쁜 새들이 날아와서 울다 갔다. 밤에는 개구리, 각종 풀벌레, 고양이, 내 옆에 큰 코골이(남편)까지 다 같이 합창을 하는 통에 귀마개를 끼고 잤더랬다. 하루 이틀 지나니 익숙하고 친근하게 들렸다.
빠이 도시 자체에 대한 것보다 이 숙소에서 지낸 시간들이 참 좋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하고 서울에서 와서는 정말 다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빠이에 지내며 처음으로 테라스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느꼈다. 빈백이 놓인 테라스에 낮이면 책과 과일, 녹차병을 던져두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보고 햇빛을 받으며 자연 속에 있구나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방 손님들도 빈백에 누워 다들 독서를 하거나 낮잠을 청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책상에 딱 앉기가 어려웠고 앉아도 잡생각에 뭘 그리고 뭘 써야 하나 머리가 안 돌아갔다. 여유로운 환경 탓인지, 여행의 묘미인지 빠이에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더랬다. 아직 신혼부부인 우리는 늘 어디가 집값이 오를까? 라며 집을 찾아왔지만 어디가 내가 만족하고 살 곳인지를 생각해야지 싶었다. 자연이 주는 힘이 크게 다가왔다.
사실 맛집이나 커피맛이 좋은 카페는 치앙마이가 훠어얼씬 만족스러웠다. 다만 진짜 여유롭게 휴식도 취하고 남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은 빠이었던 것 같다. 오토바이를 빌려 7km 정도 달리면 나오는 빠이캐년, 투 헛츠 등 모래 먼지를 마시고 나면 광활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도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그 반나절만은 우리 입에서 ’정말 좋다 ‘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낯선 풍경이 생경하게 느껴지며 그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