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무덤(?) 빠이 1

by 숭어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써보는 빠이 일기.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중일 때 많은 사람들이 치앙마이에서 가까운 빠이를 추천해 주었다.

2주가량의 긴 여행이었기에 치앙마이에서만 시간을 보내긴 어딘가 아쉬웠다. 그래서 결정한 빠이행!

일단 Pai를 소개해보자면 치앙마이에서 146km 떨어진 작은 도시다. 치앙마이에서 미니밴을 타고 3시간가량 760여 개의 코너길을 돌아 돌아 나오는 산속 마을 같은 자연이 가득한 곳이다. 일단! 3시간이면 서울- 부산 ktx 타고 갈 때 걸리는 시간인데 구불구불 코너길을 3시간 내내 달린다고? 은근 멀미가 심해 다람쥐통 같은 놀이기구는 절대 못 타는 나로서는 꽤나 겁을 먹었다. 빠이를 다녀온 많은 블로거와 유튜버들의 말처럼 미리 멀미약을 구비해 출발 30분 전에 복용했다. 사실 미니밴 이야기만 2편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중요한 게 아니므로 줄여보자.. 다음에 풀어보자..


일단 남편이 가는 미니밴 표를 2번이나 중복구매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환불시간을 넘겨 환불받지 못했다. 그래도 미리 좌석 선택을 해 둔 덕에 앞자리에 발 올리고 넓게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큰 멀미는 못 느꼈다 (멀미약이 졸려서인지 돌고 도네 생각은 함) 코너가 끝없이 이어지기에 코너에선 속도를 줄여가며 운전하니 대부분의 길을 시속 30km로 달렸다. 근데 또 차가 제시간에 출발하냐? 이것도 제멋대로다. 아직 시간여유가 있어 남편이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미니밴 기사님이 자꾸 너 친구 어딨냐며 재촉을 해대는 통에 나도 함께 남편을 재촉했더랬다. 12:30 밴이 12:25쯤 사람을 꽉 채운채 출발했고 중간에 주유도 하고 기사님 사무실 가서 도시락도 챙기는 바람에 도착했을 때는 4시가 넘었다. 가는 차 안에는 총 13명 정도가 탔는데 동양인은 나와 남편 둘 뿐이었다. 아 기사님도! 거대한 여행용 배낭을 멘 서양인들이 가득했고 가면서 이렇게 굽이 굽이 고생하여 가는 만큼 빠이가 좋겠지?라는 설렘도 꽤 컸다. 아시아 국가 안에서 서양인만 가득 찬 도시라니 궁금했다


처음 본 빠이의 이미지는 작은 마을이었다. 숙소도 작은 방들이 자연 속에 모여 있고 꽤나 복작복작한데 아기자기한 것이 치앙마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워킹스트릿 한가운데 숙소를 잡아서 접근성이 좋았는데 빠이는 매일이 축제 그 자체였다. 90%가 서양인 관광객들이었고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거리에 들개들과 고양이들이 가득해서 편의점 안에도, 상점 안에도, 어디든 동물들이 활보하고 낮잠을 청했다.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보기 좋으면서 마냥 부러웠다. 우리나라였으면 바로 시보호소에 데려가 안락사를 기다리겠지? 혹은 개장수가 잡아가겠지? 동물에는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는 터라 길 걷는 중간중간 멈춰 아이들과 인사하기 바빴다. 자유로운 도시의 느낌이 확 다가왔다.


워킹스트릿을 제외하고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는 이동하기 힘든 곳이었다. 치앙마이 시내처럼 그랩이 활성화되어있지 않고 오토바이 대여하는 곳이 시내 곳곳에 즐비했다.

빠이에 온 만큼 산 꼭대기에 있는 카페인 투헛츠나 자연 그대로의 빠이 캐년등을 가려면 오토바이는 선택 아닌 필수였다. 느긋하게 수영하다 책 읽고 낮잠 자는 여유를 즐기다가 이제 빠이를 좀 둘러볼까 하니 이미 주말이라 오토바이가 이미 다 나간 탓에 시내의 렌털샵을 거의 다 돌게 되었다. 빠이를 간다면 주중에 미리 꼭 오토바이를 빌릴 것! 메모메모

그나마 하나 남은 오토바이를 빌렸으나 남편은 꽤나 오래전에 오토바이를 타 본 탓에 어쩐지 운전이 미숙했다. 이를 본 렌털샵 주인부부는 각자 남편과 나를 뒷자리에 태워

빈 공터로 데려갔다. 그리고 웬걸 오토바이 맹연습을 시켜줬더랬다. 렌털샵 아주머니 뒤에 탄 나는 그 모습이 웃긴 동시에 남편의 운전솜시가 못 미덥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 빠이 타투‘라는 말이 있다. 오토바이 없이 다니지 못하다 보니 잦은 사고로 팔과 다리 등에 큰 흉터를 입은 사람들이 꽤나 있는 것이다. 이 상처를 두고 빠이타투라 부른다. 체질이 겁쟁이인 나는 연습을 하고 간다고,,? 괜찮을까..?라는 의심이 컸었다.


의심은 잠깐 서울과 달리 빈 도로를 달리는데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했다. 물론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머리엔 쉰내 나는 헬멧을 썼지만 그저 시원하고 행복했다.

달리는 중에 오른쪽에 코끼리들이 목욕을 하거나 물소(?)들도 만날 수 있었다. 꽤 달리다 보면 빠이여행자라면 누구나 가는 투 헛츠라는 카페가 나온다. 넓은 대지에 그네로 이루어진 자리들과 빠이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공간이 나온다. 커피로 목을 축이고 태국식 볶음밥으로 허기를 달래면 또 에너지를 얻는다. 그 풍경과 여유가 잊히지 않는다.

기대하지 못한 순간들은 고생이 늘 동반되나 보다. 편한 여행만 선택했다면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빠이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