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마매거진 소모임 기사 (2023-겨울)
이제는 확실히 겨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11월 말의 어느 저녁, 소모임을 위해 콤마어 6인이 모였다. 약속 장소는 을지로와 동대문 사이에 자리한 카페 겸 와인바 ‘아스론가’. 하나둘씩 도착한 콤마어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한 건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어두운 조명과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오는 가게 중앙에 위치한 트리는,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주문하는 와중에도 자꾸 힐끔거릴 만큼 크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템포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트러플 크림 뇨끼, 에그인 헬, 파스타는 기대만큼이나 맛있었고 함께 주문한 모스카토 와인을 곁들이니 제법 근사했다.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는 각 팀이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와 같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기사에 엄청난 분량의 피드백 댓글을 달다가 마감 시간이 지나서야 작성을 마무리했다거나, 디자인팀이 자체적으로 스터디를 위해 만나며 친해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고 트리를 보며 입이 근질거리던 에디터가 본격적인 화두를 던졌다. “크리스마스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곧 이어진 대답들은 서로 다른 크리스마스의 색을 그려냈다. 처음으로 운을 뗀 건 콤마어 C. 그녀는 말린 과일과 화이트 와인, 견과류 등을 넣은 만든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을 나눠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독일의 문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벅스의 홀 케이크를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콤마어 S는 크리스마스가 연말에 있는 만큼 힘든 일이 얼추 마무리된 평화로운 날을 기념하며 혼자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요리를 해 먹을 거라고 했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매년 선물을 준비한다는 그녀는 인상 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콤마어 I는 크리스마스에 무심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한 게 피곤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족들도 기념일에 무심하기에 여느 주말과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왔다며 본인은 이런 무던한 성격이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갔던 카페의 크리스마스 준비 과정을 보고는 기대감이 피어오른다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다니. 각자의 감상이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해 감탄하며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가족과의 포근한 하루, 혼자만의 잔잔한 즐거움,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까지, 콤마어들은 저마다의 크리스마스를 그렸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크리스마스에 유독 회의적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좋은 하루를 보내겠다는 강박을 내려놓은 작년 크리스마스를 꽤 괜찮게 보낸 기억이 있다. 서점에서 홀로 시집을 뒤적거리다 집에 와서는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들으며 휴식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올해는 크리스마스에 있을 콘서트의 티켓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제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겠노라 선포했다. 연말쯤 다가오는 공휴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새삼스러울지 모르겠다. 아스론가의 트리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크리스마스를 공유했다. 조금은 덥던 가을에 처음 만났던 콤마어들이 처음으로 겨울 냄새나는 날 모였다는 것도, 이제는 겹겹이 껴입은 옷만큼이나 제법 두터워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고 몽글몽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대학생 광고마케팅 잡지 콤마매거진 [Issue.52 사랑] 소모임 기사 1p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