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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Mar 01. 2023

짧은 입원생활도 쉽지 않다.

반월상 연골판 절제수술 했습니다.



완전히 뜬 눈으로 보낸 입원 둘째 날 아침.


전날 12시부터 금식을 하는 중이라 수술시간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수액을 계속 꼽고 있어서 그런지 목을 많이 마르진 않았다. 그냥 어제 봤던 상황이 계속 생각이 났다. 조심스럽게 옆 침상의 소리를 들어보면 아무 일도 없던 것 같다.


“아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어! 엄마 나 과자 사다 줘!”


그럼 엄마는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다 주셨다.


‘ 어제 너무 힘든 날이셨나 보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호출이 왔다.


“지금 수술실로 들어가실 거예요. 지금 움직일 수 있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


“그럼 엘리베이터 앞으로 오세요.”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니 나를 옮길 이동식 침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올라가서 누우니 기분이 묘하다.

나를 태운 침대는 이리저리 병동들을 지나 수술실이라고 쓰여있는 문 앞에서 대기를 했다.

“수술실 정리 끝나면 들어가실 거예요.”

계속 천정만 보고 이동하다  고개를 살짝 들어 앞을 봤다.

수술실이다.


티브이에서 보던 그런 수술실이 아니다.

범죄스럴러에서 나오는 그런 음침하고 차가운 공기와 분위기.

깔끔하고 새하얀 그런 수술실 풍경이 아닌 군데군데 벽타일색이 누렇게 변해있다.

간호사인지 의사인지 모를 많은 4~5명을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여 가슴에 심전도스티커 같은 것도 붙이고 지들끼리 농담이 한다.

뭔 내용인가? 소개팅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 들어보려고 할 때 남자가 말을 걸었다.

“제가 마취과 의사입니다. 전신마취를 할 건데요. 수액주사기로 마취액을 주입할 겁니다. 마취액을 들어갈 때 차가워지면서 통증이 느껴지실 거예요.”

마취주사를 꽂고 주사기를 누르는 순간 차가운 뭔가가 혈관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이 온몸으로 퍼지며 가슴까지 올라와 목구멍으로 나오는 순간  마취마스크가 내 입을 덮으며 나의 의식도 사라졌다.


수술이 끝났나 보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다른 수술환자들도 옆에 주르륵 누워있다. 회복실이라고 했다.

옆에 누워있는 할머니는 아직 마취가 깨지 않은 것 같다.


“나 복순이! 추워! 나 복순이! 추워! 나 복순이!  추워!” 이 말만  계속 반복한다.

간호사선생님이 담요를 덮어주고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호스를 그 담요 안에 집어넣었다.

“할머니 이제 안 추워요. 괜찮을 거예요!”


“나 복순이! 추워! 나 복순이 추워! ”

아직 추우신가 보다.


어찌어찌 병실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전신마취가 깨지 않아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그래도 아내는 알아볼 수 있었다.

”여보! 괜찮아? 안 아파?

“무지하게 아파… 근데 아픈 것보다 배가 너무 고파..”


간호사 선생님을 붙잡고 물어봤다.

“언제 먹을 수 있나요? ”

“수술 끝나고 5시간은 금식하셔야 돼요. 전신 마취를 하셔서 내장기관까지 마취가 되어 있는 상태가 마취가 풀리기 전에 식사를 하시면 장이 활동을 하지 않아 음식이 내려가지 않아서 큰일 나요. “

“말도 안 돼!”


너무 배가 고팠다. 참다 참다 저녁 7시에 간호사선생님을 다시 붙잡았다.

“선생님 안될 것 같아요. 먹게 해 주세요.”

“ㅎㅎㅎ 네 그럼 죽 드세요..”

아내가 병원 안에 있는 죽집에서 죽을, 편의점에서 냉동만두와 컵라면, 과자, 빵 등을 사 왔다. 물론 내가 시켰다.

간호사선생님 말은 무시한 채 사 온 음식을 다 먹어치웠다.

전신마취로 인한 두통과 메스꺼움 때문에 자기 전까지 고생을 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개새끼야. 죽어. 그냥 죽어! 왜 태어나서 날 이렇게 괴롭히냐? 시발노무새끼.. “


또 시작이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 하루이틀 힘들었던 게 아니겠지.. 하지만..

엄마가 욕을 하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떠들고 큰 소리를 내며 대꾸하던 아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냥 엄마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나를 향한 저주를 모두 알아듣는 거라는 반증이 아닐까?

저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엄마에게 미안해하려나.. 아니면 정말 난 왜 태어난 걸까 하고 생각을 하려나..

아~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안 좋아진다..

마취가 풀리면서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어머님.. 힘든 건 알겠지만 제발 그러지 마세요.. 다 들어요.. 다 알 거라고요..’


아니 난 모른다. 그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난 모른다.

뭐가 맞는지도 모른다. 그 아들이 안타까운 건지.. 엄마가 안타까운 건지.. 아니면 둘 다 안타까운 건지….


여러가지 이유로.. 가능하다면 다시는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입원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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