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아미고 Feb 24. 2023

둘 중 더 힘든 사람이 누구일까?

정말 불편한 건 따로 있어.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되어 절제 수술을 하기 위해 무릎명의를 찾아 서울에 입성했다.

 

고맙게도 와이프가 휴가를 내서 손수 간병인을 자처했다.

 

우린 목요일 바리바리 짐을 싸고 입원을 위해 서울로 긴 여정(?)을 떠났다.


3시간을 넘게 운전을 해서 오후 3시쯤 병원에 도착했다. 1층에서 입원절차를 설명 듣고 여러 가지 서류에 서명을 하고 병원 입원실로 올라갔다.

 간호사선생님에게 입원생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입원실로 들어갔다. 4인실이었던 병실에는 나까지 만석. 굳이 따지자면 가장 안 좋은 가운데 침상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가운데 침상이라서 특별히 불편한 건 없었다.



불편한 점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입원하신 환자들은 모두 허리나 다리가 불편해서 거동하기 어려운 환자들이었다. 그중 내 침상 왼쪽에 있던 환자가 기억이 난다.

 환자인 아들과 간병을 하던 그의 어머니.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아들은 허리를 크게 다쳐 배변까지 그 자리에서 해결을 해야 했다. 대화소리를 들어 보면 소변통을 이용하거나 기저귀를 사용을 한 듯하다. 식사도 어머니가 도와주셔야 하고 늙고 허약한 어머니가 간병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아들은 덩치가 나의 두 배 정도되는 장정이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한숨을 푹푹 쉬며 아들을 보살폈다.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엄마에게 조르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잠깐이라도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에 떨며 엄마를 찾았다.


“으아아아아!”

“어.. 어.. 엄마….. 나… 오줌!!”

“초콜릿 사다 줘! 아이스크림도 사가지고 와!”

“엄마! 어디 갔어?!”



그 30대로 보이는 아들은 오래전 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한 환자였다.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은 환자였던 것이다.

허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은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지했다. 몸집이 훨씬 작은 엄마는 아들의 상체를 일으키기도 버거웠다. 바로 옆자리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로 상황을 파악한 아내와 난 자식에 대한 참사랑을 느끼면서 참 어머님이 대단하시네 하며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 어머니가 힘들겠다. 그래도 저렇게 밥 먹는 것부터 하나하나 챙기시는 거 봐봐. 휴우.. “


그렇게 병원에서의 첫날밤이 되었다.


충격적인 소리가 들렸다. 


“또 오줌 쌌네. 아이고. 왜 그러냐. 왜 살아. 오줌 마려우면 말을 해야지!”

“…”


“그냥 죽어. 뒈져버려.. 어이구.. 개새끼야! 개새끼! 시발노무새끼!"


아내와 난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계속해서 욕을 들려왔다.


“시발… 개새끼.. 이 개새끼.. 죽어 이 새끼야… 왜 살아..”


다른 침상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봐왔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침상마다 사방으로 가려진 커튼이 활짝 열려있는 상황에서도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다들 들은 척 만 척한다.


'잠깐만. 이게 맞나? 뭐지? 저 아들이 엄마를 힘들게 한 거야. 평생 힘들게 한 거야. 얼마나 힘드시면 저러실까? 맞지? 그럴 수 있어.. 평생 크지 않는 아들 때문에 엄마의 평생을 희생한 거지. 너무 힘들면 욕할 수 있어...'


'그런데... 저 아들은 저 말들을 알아듣지 않을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엄마의 입장도 알겠지만, 장애가 있던 아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충분히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냥 저 가시 같은 말들을 못 알아들었으면 했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묘한 분위기와 어지러운 생각에 잠이 들지 않았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해도 2~3시간에 한 번씩 오셔서 혈압을 재는 통에 금방 깨곤 했다.

여기 간호사들은 한 번에 4명을 차례로 혈압을 재면 될 것을 희한하게 따로따로 들어와 혈압을 잰다.

난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다음날을 맞이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불편할래? 나중에 불편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