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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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CD를 들고 기차를 타고 서울에로 간다. 병원은 서울이지.
외래 진료를 받기까지 2달이 걸려서 만난 무릎 명의인 ㅇ * * 교수님은 조금의 시간도 지체할 것 없이 바로 다음 주에 수술을 하자고 하셨다.
연골판이 찢어진 부위가 점점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확고한 눈빛과 목소리에 압도되어 나, 그리고 동행했던 아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술 날짜와 무릎에 대한 설명은 바로 옆방의 어시스트하는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모를( 대학병원의 의사구분을 잘 못한다.) 젊고 잘생긴 의사 선생님에게 들을 수 있었다.
“수술은 다음 주 수요일 아니면 금요일에 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
“네. 일단 직장에 알리긴 해야 해서요. 금요일에 입원하는 걸로 정하고, 추후에 변동사항이 있으면 전화로 변경해도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 하셔도 돼요. 음.. 일단 수술을 할 때 관절경으로 봐야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지만, MRI상으로 볼 때는 봉합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고, 아마도 절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확률로 한 90%는 절제할 것 같네요. 그럼 목요일 오후에 입원하셔서 금요일에 수술하고 그다음 날 토요일에 퇴원하실 수 있습니다. 따로 특별히 재활도 필요 없고, 실밥을 제거하는 2주까지만 조금 조심하면서 일상생활을 하시면 됩니다. “
“아.. 제가 걱정돼서 인터넷 검색도 하고 공부를 좀 해봤는데, 연골판을 절제하면 쿠션 역할을 해주지 못해서 나중에 관절염이 올 가능성도 많고 심해지면 인공관절 수술도 해야 하는 거라던데.. ”
“네. 사실 몸이라는 게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수술 후 어떻게 관리를 하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져요. 꼭 관절염이 100% 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절염은 100% 안 올 거라고는 말씀드리기 힘드네요. 지금 수술하는 부위가 내측 연골판인데,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은 외측 무릎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사실 이 ‘반월상 연골판’ 수술에 대해 많은 글을 찾아봤는데, 절대 수술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많고, 후유증이 상당하다는 사람들도 많고, 10년 후에 아프다는 말도 많았다. 높은 확률로 수술하는 것을 반대하는 글들이 많았다.
결국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
자! 그럼 반월상 연골판에 문제가 생겼다?
나는 지금 무릎이 아파 걷거나 뛰는 데 상당한 제약을 느낀다.
게다가 그냥 방치를 하면 찢어진 부위가 더 많이 찢어질 수 있다. 물론 보존치료를 하면서 허벅지 운동을 열심히 해 근육으로 어느 정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반대로 수술을 하게 되면 일단 통증이 사라진다. 또 지금 당장은 걷거나 뛰는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중에 연골판이 닳아 없어질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높다.
결국은 그럼… 지금 불편할래? 나중에 불편할래?
이런 건데...
나중에 불편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사랑하는 딸이 학교를 다니게 되면 딸의 운동회 때 <아빠랑 손잡고 달리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이다.
3년 전쯤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결심하고 어렵게 와이프에게 허락도 받고, 여행준비, 마음을 준비까지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을 무렵 전 세계에 그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하늘길이 막히고 결국 산티아고를 걷는 계획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후 2022년부터 조금씩 코로나를 감기처럼 여겨질 때쯤 다시 산티아고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아내의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난 사업을 접고 백수가 되었다.
이 때다!
아무도 모르게 항공권을 다시 검색하고 즐거운 상상을 한다.
그런데 무릎이 고장 난 것이다. 하하.. 이 또한 가면 안 된다는 <미래의 내>가 보낸 신호인가?
수술 잘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생각이다.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불편할 거..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