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영 기간: 2019. 3.23. ~ 2019. 5.12.(총 16부작)
* 방영 채널: tvN
* 장르: 범죄, 스릴러
* 주 시청 경로: 따뜻한 안방 TV로
드라마 <자백>은 이번 연재에서 다뤄지는 작품 중 가장 최근에 방영된 것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인해 꼬이고 뒤틀리는 사건을 집요하고도 긴장감 넘치게 풀어가는 범죄스릴러물이다.
범인이 스스로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무죄'로 풀려나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아이러니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법의 원칙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을 담고 있다. <자백>은 인간이 만들었기에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스스로 모순에 빠지고 마는 법의 허점을 까발린다. 법이 진정으로 보호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백>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방영된 작품이기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안방에 모여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며 함께 시청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스릴러 물을 좋아하는 엄마, 아빠의 DNA를 물려받은 아이들은 꼬맹이시절부터 형사물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는데, 특히 당시 일곱 살이었던 막내는, 엄마 배를 쿠션 삼아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여차하면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릴 태세를 완비한 채, 적극적으로 <자백> 시청에 동참하곤 했다.
개인적으로는, 짐승돌 이미지가 강했던 2PM 멤버이자, 옥택연의 그늘에 가려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던 '배우 이준호'를 제대로 발견하게 된 작품이었다.
평소 예능에서 보여주던 장난기 가득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가녀린 듯하지만 강직하고 정의로운 변호사 최도현의 역할을 이 이상 더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연기해 내는 이준호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게다가, 신인으로서는 소화하기 힘들 법한, 전문 용어로 가득한 긴 법정 씬들에서, 기존 배우들에게서조차 기대하기 쉽지 않은 훌륭한 대사전달력을 보여주어, 그가 자신의 역할을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최도현이라는 인물이 지닌 매력도도 (시청자로서) 그의 역할에 몰입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던 이력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때때로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질 정도로 연약한 신체를 지니고 있지만, 거대한 권력 앞에서 결코 굴하지 않는 '강인한 미소년' 이미지의 변호사 최도현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면서도 때로는 전적으로 마음을 의지하고 싶을 만큼 든든한, 상반되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또한, 한 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는 저돌적인 형사 기춘호(유재명)와 최도현과의 환상적인 콤비도,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사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야기는, 얼마 전 사라진 한 여자의 시체가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엔 ‘단순 강도 살인 현장'으로 보였던 사건은, 사건을 집요하게 뒤쫓는 기춘호 형사와 최도현 변호사에 의해, 단순한 살해 사건이 아니라, 그 뒤에 거대한 힘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점차적으로 드러난다.
살인누명을 쓰고 10여 년째 복역 중인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하는 최도현, 심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돌연 사망한 아빠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는 기자 하유리(신현빈), 5년 전 실패했던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자 뒤쫓는 열혈 형사 기춘호와, 이 모든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진여사(남기애)까지. 각기 다른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던 네 사람은, 결국 7화 마지막에 우연히 같은 장소에 모이게 된 상황에서, 실상 그들이 쫓고 있는 대상이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후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해진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건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엮어, 마치 한 사건에서 일어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바람을 타고 다른 사건으로 이어져나가는 모양새를 이룬다.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진실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몹시도 흥미롭다.
살해에 사용된 도구가 '소주병'이 아닌 '사이다병'이었다는 것, 사건과 연관된 '어떤 문'이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 방식이었다는 사실 등, 매의 눈으로 세밀하게 관찰해야지만 알 수 있는 소소한 사실들 구석구석에 사건의 진면모가 숨어 있다. 무려 드라마 입봉작에서, 그것도 습작차원에서 쓴 대본에서, 이토록 세심하게 사건을 연결시켜 그려내는 작가의 내공이 감탄스러운 지점이다.
한 살인 사건의 뒤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배경에는 10년 전 한 정의로운 검사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으며, 법무법인 대표, 국회의원과 전직 비선실세, 기무사령부, 또한 비리로 점철된 방산업계의 외압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자백>에는 사명감에 불타는 기자가, 정의로운 변호사와 집요하고 용맹한 형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사가 있다. 그렇기에 <자백>에서는 결단코 불의가 정의 위에 서지 못한다.
작금의 현실에서 그러하지 못한 장면을 종종 목격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기레기' 대신 '사명감 넘치는 기자'가, '권력에 굴종하는 검사'가 아닌 '억울한 시민의 편에 서는 검사'가 있다면, 버스비 몇 백 원을 횡령했다고 누군가는 '적법하다고 인정된’ 해임을 당하고, 수십 억을 헤쳐먹은 어느 누군가는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드라마를 보는 중간중간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잘 나가는 드라마에도 한 명쯤은 연기가 어색한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자백>에서는 그런 인물을 찾을 수가 없다.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해 이름을 알린, 한종구 역의 배우 류경수, 최근 정우성과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신현빈을 알게 된 것도 드라마 <자백>을 통해서다. (내가 본 신현빈 배우의 역할 중 <자백> 속 하유리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게이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조기탁 역의 배우 윤경호, 다재다능하면서도 어딘가 비밀스러운 진여사 역할을 맡은 배우 남기애까지, 마치 잘 구성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상대의 역할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며 극을 이끌어간다.
<자백>이 매력적인 스릴러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서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꽤 많은 스릴러물들이 '용두사미'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백>은, 주인공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끝나는 마지막 법정 씬까지,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지점이 없다.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것 같은 드라마적 결말이면서도, 우리의 현실이 주는 의문과 불안감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드라마와 현실 사이 어디쯤에서 적절히 멈춰 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닌, <자백>만의 개성 있는 마무리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자백>과 16화를 열심히 질주해 온 시청자들이, 마지막 주인공의 표정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 드라마 <자백>과 함께 하는 퀴~즈! -
질문) 제 생일은 언제일까요?
드라마 <자백>을 제대로 보신 분이라면 답을 맞힐 수 있습니다. 힌트는, 최도현의 변호사 사무실 비밀번호입니다. 답을 알 것 같은 분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정답을 맞히신 분께 드릴 상품은,
드라마 구석에 숨어 있는, 이토록 사소한 질문에 대한 답도 맞혔다는, 타인과 차별화되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 내지는 자부심, 그리고 저의 진심 어린 찬사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커피쿠폰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연락처를 아는 브런치 글벗님이 한 분도 안 계시는 터라 조금 안타깝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