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영 기간: 2009.9.7.~2010.3.19.(총 126부작, 최고 시청률 24.9%)
* 방영 채널: MBC
* 장르: 시트콤
* 주 시청 경로: IPtv
평생 동안 우리가 웃으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인생을 80년이라고 가정한다면, 한국인이 웃는 시간은 단 30일. 그러니까, 일평생 딱 한 달 동안만 웃고 사는 셈이다. 걱정 근심하는 데 7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비하면, 웃음이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은 그야말로 턱없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심지어 가정에서조차도, 환하게 웃을 일보다는 무심하거나, 짜증 나거나, 그도 아니면 불안정한 마음 상태로 있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쉽지 않은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웃어서 행복한' 순간이라도 누려보고자 사람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영상들을 찾는다. 그렇게 발견한 웃음을 통해 피곤한 일상을 달래고 지친 감정에 신선한 에너지를 충전받고자 한다. 이와 같은 대중들을 위해, 유튜브가 지금처럼 일상화되기 이전에는 다양한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이나 시트콤들이 있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웃음 코드를 적재적소에 발견하고, 그것을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게 상황에 녹여낸다는 것은, 난이도 최상급의 미션과도 같다.
부부 간에도 웃음의 포인트가 달라, 한 명이 포복절도하는 와중에도 또 다른 한 명은, "뭐가 그리 웃겨?”라며 뚱한 표정을 짓고 있기 십상 - 나와 짝꿍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다. 그러나 시트콤의 정점을 찍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웃음 유발 지점을 그 어떤 시트콤보다 영민하게 포착해, 매 회차마다 위트 넘치는 에피소드들을 펼쳐내며, 웃음도 함께 하면 배가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순풍 산부인과>를 비롯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한국형 시트콤의 역사를 착실히 쌓아온 김병욱 PD의 작품이다.
나는 100화가 훌쩍 넘는 이 시리즈를, 비슷한 시기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자이언트>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시청했는데, 잠투정하는 갓난아이를 곁에 두고 드라마를 시청할 수밖에 없는, 최고 난이도의 시청 환경에서 본 터라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도 웃참(웃음 참기)에 실패하는 바람에 곧잘 더한 난이도의 시청 환경으로 내몰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곤 했던, 그럼에도 결코 웃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완주했던 작품이었기에.
<지붕 뚫고 하이킥>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인물들이 보통의 평범한 기준에서 조금씩, 각자의 방식으로 '이상한' 사람들이다.
온 가족을 상대로 '묵찌빠 놀이'를 하자고 진지하게 제안하는 집안의 가장(정보석), 잊을 만하면 남편과 아이에게 긴 다리로 하이킥을 날리는 와이프(오현경)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거침없이 '빵꾸똥꾸'를 날리며 어른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초등학생 딸(진지희), 그리고 ‘빵꾸똥꾸'라는, 해괴망측한 단어 탄생 비화의 주인공인 방귀쟁이 할아버지(이순재)까지...
또한, 아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을 지닌 등장인물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쉬이 좌절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짓궂은 잔머리'를 굴리며 씩씩하게 부딪히고 덤빈다. 어른은 아이를 호통치는 사람이기보다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이다. 아이가 한 유치한 행동의 결과물, 이를 테면, 겉에 둘러진 초콜릿을 다 빨아먹고 내미는 지저분한 아몬드 따위, 을 받고 그 이상으로 유치 찬란하게 되갚아주는 할머니(김자옥)는,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고 싹퉁머리 없이 구는 말썽쟁이 여덟 살 '빵꾸똥꾸 해리'의 천적과도 같다. 삐쳐서 울분을 토하며 엎어지는 게 기본값인 가장(주얼리 정)은, 자신을 무시하는 장인어른 앞에서, 치렁치렁한 쇠사슬 목걸이를 두르고 힙합을 시연하기도 한다. 물론 상상 속이긴 하지만, 그 상상조차 몹시도 '깜찍하고 힙'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이없는 상황들에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실소는 급기야 함박웃음으로, 포복절도로 발전하고야 만다. 조금은 과장된 듯하면서도, 기어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끌어내고야 마는 찰떡 연기는, 배우들조차 이 작품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가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주얼리 정' 캐릭터를 맡은 정보석의 능청맞은 연기는, 그가 이제껏 쌓아온 정극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일소시키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자이언트> 속 역대급 악역이었던 '조필연'의 모습이 얼핏 얼핏 비치다가도, 이내 완벽한 주얼리 정이 되어 분연하는, 이 작품이 아니고서는 결코 볼 수 없을 법한 그의 '반전의 매력'이 무척 통쾌하게 다가온다.
장장 126부작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점차 러브라인에 중점을 두며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들다가, 마침내 충격적이고도 논란 많았던 결말에 이른다.
나와 짝꿍도 마지막 화의 반전(?)을 보고 난 후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그랬기에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팍팍한 일상에, 마음껏 웃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아직 <지붕 뚫고 하이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잠깐씩이라도 보길 추천한다.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괜찮다. 중간 어디쯤부터 본다 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다. 30일 간만 유효한 극소량의 웃음으로 평생을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당신의 삶에 웃음 에너지를 쉴 새 없이 쏘아대며, ‘건강한 생명’을 연장하도록 아낌없는 도움을 줄 것이다. ‘어디 한 번 웃겨 보시지..?!'라며 '웃참 겨루기'에 선 주자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가도 별안간 무장해제 되어, 긴장되어 있던 미간을 느슨하게 편 채로, 저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상에 짓눌려 자꾸만 마음이 움츠러드려 한다면, 힙합 전사가 된 '주얼리 정'이 장인어른에게 외치던 가사에 가볍게 마음을 실어, 함께 허공을 향해 시원하게 랩을 날려 보는 건 어떨까.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오는 목소리 "나가", "나가"
나는 보사마 때론 족사마. 하지만 아버지에겐 언제나 "야, 인마!"
구박, 압박, 때론 엄청난 속박, 결국 내게 돌아오는 건 강한 협박
하지만 내겐 힙합이, 결국 대항하는 이들은 쪽박
오늘도 난 만신창이, 외로운 상처 투성이
하지만 내겐 힙합이, 나는 하루하루 승리를 갈망
언젠가 내 텐션도 폭발.. 슈퍼 주얼리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