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브런치북 수상작이 발표되었어요. 무려 만 사천 편이 올해 브런치북 응모작으로 제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응모작들이 많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측은 했었지만요. 브런치에 입성한 첫 해, 수천 편의 응모작들이 경쟁했다는 소식에도 아찔한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만 단위를 훌쩍 뛰어넘어버렸네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브런치 작가의 관문을 통과했을 때보다 두 배 가까운, 십만이 넘는 분들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 국민의 십 분의 일 이상이 책 한 권 이상을 낸 작가라는 아이슬란드를 부러워했던 저로서는, 이러한 현상이 반가워요. 그만큼 느슨한 연대로 이어질, 브런치 글벗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일 테니까요.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도 이번에 소설 부문에 지원했지만, 진즉에 기대는 접고 있었어요. 그 기대랄 것도 애당초 아주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청소년 소설이라 독자층이 제한적이겠다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며칠 전까지도 아무 연락이 없기에 '올해도 나는 브런치북과는 인연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어느 작가님의 어떤 작품이 수상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소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올해 두 편의 소설 수상작 역시 지난해 작품처럼 흥미로워 보이는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널리 알려진, 주로 따스한 감성의 소설을 많이 다뤄왔던 출판사에서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선정했단 사실도 신선했어요. 또 다른 작품의 작가님은 직접 그림도 그린다는 사실이 부러움을 자아내더군요. 평소 글과 그림 모두를 아우르는 분들을 보면 복 받은 분들이다 싶었거든요. 아무래도 소설부문에 응모했고, 평소에도 에세이보다는 소설 쪽에 더 관심이 많은지라, 수상작 발표가 나면 소설 작품들을 눈여겨보게 되네요. 그래서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소설이 단 두 편 밖에 선정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꽤나 아쉽기도 하고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브런치에는 실력 좋은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곳에서, 비록 미약한 존재이기는 하나, 함께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어,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어 기쁜 마음입니다. 이제 곧 브런치에서 활동한 지 만으로 사 년이 되는데, 나름 잘 살아남아 버티고 있는 제 자신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해 줘야겠다 싶어요. 사실 처음에는 브런치를 일종의 '체험판 글쓰기' 플랫폼정도로 여겼던 것 같아요. 딱 일 년만 경험 삼아 글을 올려 보자는 심산이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댓글로 생각을 나누고, 제 글을 정성스레 읽어주시는 분이 늘어나는 상황에 도무지 이 공간을 떠날 수가 없더라고요. 이제는 갈 수 있을 때까지 가 보자, 하는 마음을 굳혀가고 있네요. 브런치 초창기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조금이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예전만큼 자주는 글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브런치의 끈을 놓지 말고 이웃 작가님들과 가능한 오래오래 글을 나누며 함께 세월을 먹자, 그러고 있어요.
브런치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버티고 있다 보니 여러 글벗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어요. 초창기에 함께 으쌰으쌰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을 주고받던 글벗들 중 보지 못한 지 오래된 이도 적지 않아요. 그들 대부분은 바쁘고 팍팍한 일상을 견디며 잘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세상을 떠난 벗을 생각하면 불현듯 마음이 아려옵니다. 일상으로 떠난 이들과 함께 짓던 왁자함이,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만의 아름답고 감성적인 (댓)글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오늘의 발표를 지켜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에세이 부문 수상작은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도 그렇고 올해도, 소설 부문에서는 브런치 활동을 꾸준히 하며 차곡차곡 글을 쌓아 온 이들이 수상자 명단에 보이지 않네요. 분명 브런치를 지켜오며 훌륭한 실력을 갖춘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들이 있을 텐데 말이지요. 올린 글 수가 얼마 되지 않아도, 하트와 댓글이 없어도 충분히 수상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준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브런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며 작품을 끌어온 이들에게는 다소 맥이 빠지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력을 갖춘 어떤 이가 마음먹고 오로지 브런치북 공모전을 위해, 공모전 즈음 단기간에 올린 글 몇 편만으로도 오랜 기간 꿈을 키워 온 이들을 제치고 입상하는 경우가 매년 반복될 수 있겠다 싶고요. 물론, 브런치의 입장에서는 공모전 홍보를 통해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출판사도 작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분명 브런치에 마음을 담아내 온 이들에게 출판의 기회를 주고, 미래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역할도 있을 텐데, 지금의 분위기가 앞으로도 쭉 이어진다면,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는 많은 이들의 출판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이 점차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동안은 제 글쓰기를 브런치에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브런치에 올릴 글이 아니면 글쓰기 자체를 거의 안 했던 때가 있었네요. 그럴수록 브런치에 대한 기대가 더 보태지고 그만큼 실망도 더해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브런치 글쓰기의 의존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요. 바쁜 삶으로 여기를 떠났다가도 여유가 생기는 때때로, 잊지 않고, 들러주는 소중한 글벗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어서 와요, 작가님. 반가워요!'라고 말하며 밝은 미소로 문 활짝 열어젖히는 이가 되고 싶어요.
오늘의 브런치는 제가 처음 만난 브런치와는 조금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전혀 다른 브런치가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여전히 있어요. 오래도록 저와 글벗들의 곁에 브런치가 머물러 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일상이 저를 고난과 시험에 빠뜨리더라도, 떠난 글벗들과 다시 돌아올 글벗들을, 어제의 글보다 나아질 내일의 제 글을 생각하며 브런치에 굳건히 뿌리내려 보리라 다시금 다짐해 봅니다.
덧. 1) 브런치북 '소설_우리가 저 높이 날아오른다면'을 재발행했어요. 기존의 30화 중 삼분의 일 정도만 남겨둔 채로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는 이야기 전편을 온라인상에 남겨두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글벗들의 소중한 댓글은 캡처해서 고이 보관해 두었습니다. 문득 지난해 여름에서 겨울까지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특히 따스한 댓글을 주셨던,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윤이프란츠 작가님이 그립습니다.
2) 얼마 전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 다녀왔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분위기였어요. 온 세상의 크리스마스를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아이도, 어른도 이곳에서는 모두 친구가 되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원더랜드'에 머물다 온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을까, 살짝 기대해 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