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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새들과의 나날

by 지뉴

우리 집에는 뱀과 새들이 함께 살고 있다. 콘스네이크 한 마리와 앵무새 두 마리다.

사람 사이의 인연도 참 알 수 없는 거지만 동물과의 인연도 그러한 것 같다.

내 평생 뱀과 새들과 함께 살게 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었다.


뱀이란 동물은 내게 성경의 창세기 편에서 묘사되듯 사악하고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새들은 내게 여기저기 똥이나 싸지르는, 냄새나며 시끄러운 동물이었다. 산에 올라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지저귀는 소리나 들어주면 딱 좋을, 그런 대상 말이다.

그랬던 내가 이제 뱀과 새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성실한 뱀 집사이자 새 집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매일매일 깨달아가고 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 세상에는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어여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사실 뱀과의 인연은 강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이 친구 집에서 본 귀여운 강아지 얘기를 하며 우리 집에서도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남편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다. 개들은 똥오줌을 막 싼다. 냄새가 난다.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집안이 구질구질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남편은 아이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쉬 넘어가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학교와 유치원이 방학에 들어갔다.


방학중에 재미있는 체험을 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파충류 체험관엘 갔다. 그곳에는 갖가지 종류의 거북이, 도마뱀 그리고 뱀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유리장 너머에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유리장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이 정말 신기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까이 보기 힘든 생물체가 아니던가! 더욱이 녀석들은 너무도 얌전하고 우아한 자태로 안착해 있었다. 그 순간 체험관 직원이 우리들의 표정을 읽었나 보다. 가까이 와서 뱀을 한번 만져보고 심지어(!) 목도리처럼 목에 둘러볼 것을 권유했다. 친절하게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용감했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서로 먼저 도전해보겠다며 나섰다. 그게 사달이었다. 직접 뱀의 감촉을 느껴본 아이들은 이내 감탄사를 쏟아냈다. 도대체 어떻기에 애들이 저 난리인 걸까 궁금해졌다. 결국 남편과 나도 덩달아 '뱀 목도리'를 체험해보기에 이르렀고, 나는 알아버렸다. 뱀이 얼마나 시원하고 촉촉하며 부드러운 감촉을 지녔는지를, 생김새와 다르게 온순하고 겁이 많아 치명적인 반전의 매력을 내뿜는지를.... 내가 이제껏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다. -물론 나도 아직 독을 가진 녀석들은 무섭다- 역시 동물이나 사람이나 잘 알고 봐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체험관에 다녀온 후 아이들은 다시 조르기 시작했다. 반려견을 키울 수 없는 거면 '반려사'라도 키우게 해 달라고. 뱀들은 냄새도 안 나고 시끄럽지도 정신없지도 않으니.... 남편도 아이들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도 그렇지만 남편도 나처럼 알아버렸던 거다. 뱀의 치명적 매력을.

그렇게 우리는 모두 합심해 반려사 콩이를 입양했다. 2018년 1월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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