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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보드 Jan 28. 2019

마케터들이여, 디자인 칼럼니스트가 되어라.

 

제목의 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잘 알려진 아래 두 인물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위의 두 인물들의 공통점은 ‘칼럼니스트’라는 것이다. 수요 미식회로 잘 알려진 황교익 씨는 맛 칼럼니스트이고, 김태훈 씨는 팝 칼럼니스트이다. 그리고, 여기 두 인물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칼럼을 쓰는 분야에서 창작을 직접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교익 씨가 직접 셰프처럼 음식을 만들지는 않으며, 김태훈 씨가 직접 팝송을 만들어 부르지는 않는다.


셰프가 아니어도 맛 칼럼니스트가 되는 것처럼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디자인 칼럼니스트가 되는 것도 가능할까?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칼럼니스트는 아니더라도 디자인 칼럼니스트의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은 노력에 따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디자인 칼럼니스트의 소양이다. (본 칼럼에서 언급하는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이 아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디자인이다.) 마케터가 디자인 칼럼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마케터가 갖추어야 할 칼럼니스트의 소양은 디자인을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디자인 트렌드를 꿰뚫을 수 있는 능력, 개념과 지식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마케터들은 광고물, 프린터물, POP 등의 디자인 개발을 에이전시에 의뢰한다. 에이전시가 복수의 크리에이티브나 디자인을 제출하였을 때 (혹은 여러 에이전시가 선정받기 위한 디자인을 제출하였을 때) 정확하게 평가해야 할 주체는 마케터이다. 다른 부서에서 지나가면서 그냥 이게 좋다 저게 좋다고 할 때 의견은 충분히 들어야 하나 투표식으로 결정해서도 안 된다. 마케터는 콘셉트를 얼마나 디자인으로 잘 반영하였는지를 보고, 그다음 이 시안을 앞으로 어떻게 수정 발전시켜서 최종 디자인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마케터들은 에이전시의 디자이너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이를 수정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마케팅과 관련된 디자인은 심미적 관점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기능 관점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패션에 대하여 이것이 좋다 혹은 저것이 좋다고 기호를 표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패션 평론가는 해당 패션의 전체적인 룩과 세부 디테일, 트렌드와의 조화 등을 모두 이야기로 풀어 나갈 줄 안다. 마케터도 디자인을 볼 때 이와 같은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그러면, 마케터가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디자인 학원을 다니면서 디자인 실무를 익혀야 하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일을 통해서와 습관을 통해서 역량을 키울 수도 있다.
먼저 디자인을 보는 몇 가지 포인트들을 알아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 볼 때는 콘셉트의 전달도와 주목을 끄는 임팩트 정도 등을 봐야 하겠지만, 디자인 자체로만 볼 때는 레이아웃, 컬러 톤, 아이덴티티 요소의 반영, 메인 비주얼 요소와 전체 요소와의 조화, 밸런스, 타이포그래피 등을 봐야 한다. 언어적인 메시지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불필요한 중복이 없는지 강조와 대비가 잘 되었는지도 봐야 한다. 여기에다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봐야 하는 리테일 마케터의 경우 3D 디자인 제작물의 재질, 질감까지 봐야 한다. 이런 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여기서 다 기술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중요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들을 관찰하는 것은 디자인을 보는 기초적인 눈을 뜨는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또한, 디자인을 만든 사람들로부터 기획 의도와 콘셉트를 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던 각 포인트별로 궁금한 내용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디자이너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도 디자인의 의도를 스스로 읽어 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많이 하다 보면 본인이 짐작했던 디자인 콘셉트와 의도가 디자이너의 설명에 의해 분명 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는 단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다음으로는 디자인을 관찰하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주얼 그래픽에 아주 민감해져야 한다. (리테일 마케터의 경우는 구조물의 재질과 질감까지도 민감해야 한다.) 
아주 오래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마케팅 총책임을 맡았던 임원 한 분이 이런 감각이 탁월하였던 탓에 그 눈높이에 맞추느라 고생도 많이 하였고 그만큼 많이 배우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분은 해외 주재원들에게 감각을 키우라는 뜻으로 팬톤 컬러칩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할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있었다. 그 임원께서는 길을 가다가 특이한 디자인이 보이면 가던 걸음을 멈추곤 하셨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그래픽 요소들이 매우 많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만 봐도 많은 디자인들이 보이고 매일 보는 인터넷에도 많은 디자인들이 우리 눈을 통과한다. 민감하지 않으면 본인들이 필요한 내용만 보게 되지만, 디자인을 관찰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여러 가지가 보인다. 특히 여러 개의 디자인을 보다 보면 레이아웃의 공통점들, 많이 쓰이는 컬러 조합들, 요즘 유행하는 폰트들,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눈에 지나가는 디자인이 아니라 관찰하는 디자인이 많아질수록 비주얼 그래픽들이 머릿속에 쌓이게 되고 감각이 붙게 된다. 나중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날 때 이미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것들을 꺼 집어내어 비교하면서 하나씩 해석하게 된다.


이 단계에 들어 서면 길을 가다가도 그래픽 비주얼을 볼 때 멈춰 서게 되는, 어떤 면에서는 유익한 습관이 생기게 된다. 잡지를 볼 때에도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광고의 디자인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디자인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디자인은 마케터가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분야임을 강조하였다. 고딘이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주로 제품 디자인이지만 제품 디자인의 감성이 커뮤니케이션에도 이어져야 하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자인도 마케터가 익혀야 할 또 하나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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