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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보드 Feb 07. 2019

디자인과 메시지에 힘을 빼고 잔잔히 몰입시켜라.

마케터와 일반인을 위한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1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잘 알려진 글로벌 광고대행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광고대행사의 미국 본사 디렉터가 고위 임원들 앞에서 전략을 발표할 때 고객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공을 던지고 받는 것에 비유해서 설명하였던 것이 기억이 난다.  ‘여러 개의 공을 한 번에 던지면 하나도 못 받는다. 그러나, 한 개의 공을 던지면 한 개를 받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그가 이 상식적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여러 가지 복잡한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습성을 차단하고, 간결하고 집중력 있는 메시지가 담긴 광고 전략을 승인받기 위함이었다.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영업 부서나 연구개발 부서와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메시지들이 추가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것도 알려야 하고, 저것도 알려야 한다는 의견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핵심이 흐려지게 된다. 소비자 행동 단계 중 정보를 상세히 탐색하는 단계에는 온라인이나 매장에서 상세 내용들을 모두 전달해야 하나, 고객이 정보를 처음 접하는 접점에서는 하나의 콘셉트를 간결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을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회사 내부의 요구 사항들에 끌려가다가 베이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실패와 만나게 된다. 이것은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지 못하였거나, 목적을 설정하였더라도 목적에 대해 확신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규모 사업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는 메시지가 길어지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초점이 있는 목적 달성을 위해 임팩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고자 할 때에는 간결한 메시지와 간결한 비주얼로 승부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메시지와 비주얼을 간결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공간 구성에 있어서 적절한 여백을 두는 것이다. 텍스트를 크게 하고 메인 비주얼 요소를 크게 해야만 전달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끄러운 장터에서는 고함을 쳐서 잘 들리게 해야 하지만, 조용한 공간에서는 속삭여도 무슨 말인지 잘 들린다. 여백은 잘 들릴 수 있도록 조용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키 비주얼 요소와 텍스트의 크기를 여백과 조화되게 하는 것, 그리고, 컬러를 눈에 편하게 하는 것은 공간에 적합한 음량을 맞추는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조용한 환경에서 적절한 음량의 소리를 듣는 것이 귀에 편하듯이 여백을 적절히 둔 상태에서 절제된 비주얼을 배치하는 것이 보는 사람의 눈을 편하게 하며 잔잔하고 깊이 메시지가 스며들게 한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크게 소리쳐야 들리지만 조용한 곳에서는 속삭여도 잘 들린다.



아래 사례를 보면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징적인 비주얼 요소의 활용은 단어 사용을 절약하게 하고 더 많은 여백 공간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단어나 문장 대신 간결한 비주얼 요소를 활용하여 더 효과가 높은 크리에이티브를 구성하는 사례들이 있다. 아래 광고는 ‘맥도널드 매장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다른 말을 추가로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더불어 위의 사례는 상징의 활용, 여백, 컬러의 절제, 구성의 심플함이 모두 합쳐져서 전달하고자 하는 점을 얼마나 부각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 여백을 적게 가져가거나, 큰 글씨를 넣는 것은 무조건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방법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썸네일이나 배너광고처럼 많은 정보들 속에서 눈을 끌어야 하거나 콘셉트 자체가 메시지를 크게 외쳐야 하는 경우 글씨가 커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무조건 크게 해서 눈에 띄는 방법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보기 편한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는 감성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크게 소리 질러서 들리게 하는 것보다도 조용하거나 잔잔한 음악 속에서 편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듣는 똑같은 내용이라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처럼 심플함과 적절한 여백은 보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것과 동시에 고상한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정보가 통하고, 감정이 통하고, 느낌이 통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고객이 나의 메시지를 접하는 상태가 어떠할지를 고객의 입장에서 철저히 감정 이입해서 살펴봐야 한다. 과도한 욕심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멀어지게 할 수 있음을 늘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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