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별화 협의회 후기

긴장풀자!

by 망고북스

KakaoTalk_Photo_2025-09-01-21-36-18.jpeg 개별화 협의회 준비물

매년 2월이면 마음이 바짝 긴장된다. 새 학기를 앞두고 난청을 가진 도윤이에 대해 설명드리러 담임 선생님을 뵙기 위해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아이의 청력 상태, 보조기기 사용, 지원 방향, 특성 등을 담은 PPT를 준비하고 선생님 앞에서 발표를 한다. 난청이 있는 아이를 둔 부모로서, 새 학기를 앞두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뵙는 일은 연례행사처럼 익숙하면서도 결코 쉬워지지 않는 의식이다. 평소엔 그리 긴장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이 순간만큼은 선생님의 반응, 눈빛 하나하나에 마음이 조여 온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4학년이 된 지금까지, 매년 빠짐없이 그렇게 해왔다. 참 고된 일이다. 더구나 올해 2월 담임 선생님을 처음 뵙고 이야기 나눌 때 선생님의 반응은 날 당황시켰었다.


선생님께서 “FM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왜 두 번째 줄에 앉아야 하죠?”

“이제 고학년이니 뒤에서도 앉아보는 경험이 필요해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네... 그... 그렇죠...” 밖에 말하지 못했다. 내 얼굴을 거울로 봤더라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는 울상이었을 거다. 나는 속으로 '아~ 이번 담임은 잘 못 만났네 ㅠ.' 울고 싶었다.


3월에 이어, 얼마 전 2학기 개별화 협의회를 다녀왔다. 2학기 개별화 협의회는 마음의 무게가 훨씬 가볍다. 아이가 1학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청각장애 아동을 만나본 경험은 어땠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가정에서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아이가 선생님 덕분에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말도 꼭 전했다. 분위기는 매우 부드럽고 따뜻했다.


“어머니, 2월에 처음 오셨을 때 긴장도가 높으셔서 도윤이도 혹시 못 들으면 예민한 친구일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도윤이는 그 자체로 참 건강하고 의연한 아이더라고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요. 지나고 보니 어머니도 그리 예민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호호호."


“강당에서 마술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저도 사실 너무 안 들리더라고요. 도윤이는 어떨까 걱정이 됐죠. 그래서 ‘도윤아, 잘 안 들리지? 선생님도 안 들려. 여기 있는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야’ 하고 풀어줬어요. 그러니 표정이 좋아지더라고요. 도윤이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잘 자라고 있어요.”


선생님의 이 말들 속에는 아이를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계셨는지가 담겨 있었다. 내가 걱정했던 많은 부분이 그 말씀 속에서 스르르 풀렸다. ‘아, 고학년이 된다고 내가 너무 앞서 걱정만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이제 제가 가정에서 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어머니, 이제는 더하지 마시고 덜어내셔야 해요. 부모는 더 해주기가 어렵고, 자식에게는 덜 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덜어내세요. 만약 FM 시스템 허브가 고장 나서 못 쓰게 되었으면 그냥 두세요. 아이가 그거 없이도 괜찮다고 하면, 그대로 흘러가게 두세요. 물 흐르듯이 두시는 게 좋아요. 도윤이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나는 또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학년이 되기 직전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시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더 잘해줘야 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나 자신을 다그치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매 순간 ‘부족하지 않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죄책감 속에 머무는 일이다. 선생님의 말씀에 울컥했다.


'그래. 이제 덜어내자.'


해마다 개별화 협의회를 하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 어떤 해는 아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고, 어떤 해는 명확한 규칙을 세워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셨다. 또 어떤 선생님은 아이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주셨고, 이번 선생님처럼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봐 주시는 분도 계셨다. 선생님과의 소통은 2월 단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속적인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한 아이를, 두 명의 전문가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 언어평가 결과의 기쁨도 함께 나누고, 생존수영 수업도 함께 의논하며, 아이의 진로, 학업 고민도 함께 들어주시는 선생님은 ‘교육 파트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를 이해해 주시고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는 모든 선생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개별화 협의회에 참여하다 보면, 나도 조금씩 배우고, 성장한다. '이 이야기는 하지 말 걸, 저 이야기는 빼먹었구나' 후회도 많지만, 이제 경력이 쌓이니 중학생이 될 무렵에는 나도 꽤 노련한 부모가 되어 있겠지?! 난청이 있는 아이를 키우며, 나는 매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돌아보면, 지난 4년간 함께해 주신 선생님들의 모든 말속엔 사랑이 있었고, 의미가 있었고, 결국은 내게 가장 필요한 말들이었다. 아이의 선생님이시기도 했지만, 결국, 내 삶의 선생님이시기도 했다. 그리고 그만큼 아이도 함께 자랐다.


인사하고 들어가자마자 담임선생님께서는 함께 참석하신 특수교사 선생님께

"선생님~ 우리 반 도윤이가 17표를 받고 회장이 되었어요."라고 자랑하셨다. 나는 "우리반 도윤이"라는 말이 참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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