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아동의 교육
미국에서는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라는 법률이 청각장애 아동을 포함한 모든 장애 아동에게 무료 적절한 공교육(FAPE)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학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에는 일반 교실에서의 통합 교육, 필요한 보조 기술, 그리고 아이의 요구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 계획(IEP)이 포함된다.
난청 아이의 경우 IEP 팀은 교사, 학교 관리자, 언어 치료사, 청각사, 심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되며, 이 팀이 아이의 교육적 요구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목표와 서비스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부모도 이 팀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아이의 요구와 능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 계획을 결정하는 데 적극 참여한다. 학교는 아이에게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며, 이 전문가들은 학교 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이의 교육 과정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은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상적인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우리나라도 당연히 비슷할 것이라 믿었다. 난청 아이들을 위해 연구하는 교수님들이나 다른 전문가들도, 아이가 입학하게 되면 미국과 유사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현실은 이와는 너무도 달랐다.
도윤이가 처음 특수 아동으로 신청을 하려 할 때, 나는 왜 특수 아동 신청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만약 난청 아이를 키우는 부모 모임이 없었다면, 그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주민센터에 가서도 누구 하나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는 전화를 해서 시기가 되었으니 "특수아동" 신청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특수 아동"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특수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난청 아이들을 위해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FM 시스템이나 자막 서비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특수 아동으로 신청만 하면 필요한 지원을 절차에 맞게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유치원이나에서 학교 장애 아동 지원에 대해 알고 있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엄마가 직접 알아보고 선생님께 하나하나 요청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엄마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애아를 선생님께 맡기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드는데, 이런 수고까지 부탁드려야 하니 선생님의 반응을 살피며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도윤이가 유치원에 들어가서도 내가 FM 시스템을 다 알아보고 선생님께 신청 요청을 드렸고, 기기를 받았을 때는 무거운 핸드폰 크기의 기기를 선생님께 목에 걸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나 지침은 전혀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다가오면서 나는 더 큰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혔다. 엄마와 함께 동행해 줄 전문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는 일은 유치원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도윤이 초등학교는 특히 도윤이가 입학할 당시 특수반도 없어서, 직접 교장선생님을 찾아뵙고 도윤이의 상황을 설명드려야 했다. 이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청각장애 이해 교육 강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그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교장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조차 두려워할 것이다. 이후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에서도, 다시 도윤이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리고, 필요한 지원을 상세히 요청해야 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는 열린 마음으로 지원을 약속해 주셨지만,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을 매년 2월 말마다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설명드리고, 지원 사항을 요청하는 일은 부모에게 너무도 큰 부담이다. 특수 아동이 입학한다고 하면, 학교는 지원 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3월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하지 않을까? 장애 아동 부모에게 현재의 특수 아동 절차와 시스템은 너무도 가혹하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학교에 가서 내 아이의 난청 상황을 설명하는 일을 포기한다. 교실의 열악한 듣기 환경으로 인해 난청 아이가 놓치는 부분이 많을 텐데도, "우리 아이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요."라며 지원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개별화 회의는 또 어떠한가? 난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학부모뿐이다. 선생님들과 함께 내 아이의 교육목표를 세워야 한다. 언어치료사, 심리치료사 등 난청 전문가는 아무도 없는 회의에서 엄마는 그저 내 아이의 듣기 상황을 설명하고 엄마가 아는 한도에서 지원을 요청드려야 한다. 개별화 회의도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묻고 싶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어떤 부분을 설명 드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부모들이 용기를 내어 학교를 찾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특수교육청이 입학생들을 위해 전문가를 미리 학교에 보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가? 매년 2월은 어렵고, 새 학년은 난청 부모에게 넘어야 할 산이지만, 이 산을 넘는 일이 이제는 부모만의 몫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