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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May 14. 2023

예쁜 악세서리 와우가 되는 날

다양한 모습과 인정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나와 조금만 달라도 대놓고 (티 나게) 쳐다보거나 

'안 됐다'하는 뉘앙스가 있어, 인공와우를 만드는 회사에서 

아무리 여러 가지 색상의 인공와우를 만들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검정색 와우를 착용한다.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은 수술을 통해 달팽이관 끝에 전극을 삽입하고, 

외부 장치를 통해 소리를 듣는다. - 인공와우 기기라고 부른다. ) 

검정색 인공와우 

나와 다르면 손가락질을 당하기 일쑤기 때문에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숨기도 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세상에 나오지 않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군 중에 지체장애가 가장 많음에도 휠체어 타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도윤이가 아기였을 때, 인공와우를 착용한 모습을 보고 할머니급 아줌마들은 

"애 귀에 이거 뭐야?"라고 물으시고, 그때는 나의 마음이 제 마음이 아니었기에 

물어보시면 넋두리라도 하고 싶어 "아이가 잘 듣지 못해서요.."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쯧쯧 어쩌다가.. 안 됐다.. "등등 듣기도 싫은 

동정이 들려왔고, '보태준 거 있으세요?'라고 화를 낼 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마음이 찢어지던 그때 '어떻게 그런 오지랖 말투를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경험을 몇 번 당하다 보니, 그 당시에 나는 아주 잠깐 동안 

내 아이 귀에서 와우를 좀 숨기기도 했고, 엘리베이터 탈 때는 잠깐 빼기도 했고, 

유모차에 앉아있을 때는 후드 티 모자를 씌우기도 했다. 

진짜 그때는 귀에서 뜯어버리고 싶었는데 ㅋㅋ ^^;;


그러던 어느 날, 인공와우에 관해 외국 자료를 찾다가 

외국 아이들의 귀에 걸린 인공와우를 보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외국 아이들이 착용하고 있는 인공와우는 '거무죽죽한 청각 보조기기'가 아닌, 

히어로가 그려져 있거나, 너무 예쁘게 꾸며 놓은 예쁜 머리핀 같은 것이었다. 

'이게 와우야?"라고 믿기에는 너무 예쁜 악세서리... 

그 후에 토이스토리 4 애니메이션에 와우착용한 친구가 나왔는데, 

예쁜 연두색 와우를 착용한 것을 보고 인공와우 착용한 친구가 나온 것도 

놀라웠지만, 와우를 예쁜 색으로 표현해 준 제작자가 너무 고마웠다.


작년에 인공와우 스티커를 판매하시는 분께 스티커를 구매해서 

도윤이 인공와우에 포켓몬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도윤이가 와우에 대해 더 자랑스럽게 느끼길 바라며... 

나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서... 

"도윤아~ 진짜 멋지다."

계획은 성공했다. 학교에 갔더니, 아이들이 포켓몬을 알아봐 주더란다. 

(올해는 마리오로 해볼까?!)

아이들이 색이 들어간 예쁜 안경을 쓰는 것처럼, 난청 아이들도 멋지게 꾸며진 

와우를 착용하는 분위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주에 서울에 있는 00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3~4교시 연달아 청각장애이해교육을 진행했는데, 

어떤 활동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와우 예쁘게 꾸미기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너희들이 와우 디자이너가 되는 거야.. 이름도 지어줘. 멋지게 꾸며 줄 수 있지?"

2학년 아이들이 어찌나 정성껏 (솔직히 남자애들 작품은 기대도 안 했는데..) 색칠해 주고, 

멋진 이름들을 붙여주었던지.. 기대 이상의 멋진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참 감사했다. 

어떤 아이는 우주선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고, 힘내라고 불꽃을 그려 '파이어'라고 이름도 지어주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를 그려준 친구도 있었고,  와우를 끼고 좋은 꿈을 꾸길 바란다며 "꿈나라"라고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다음에 와우 착용한 아이를 만나더라도 자신이 그린 예쁜 와우를 기억하길 바라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꾸며준 와우

아이들이 그려준 예쁘고 다양한 색상의 와우처럼... 

우리 아이들 귀에 달린 와우도 다양한 색으로 꾸며질 수 있다면... 

그날에는 

다름이 다채로운 색으로, 아름다움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와우를 착용하다는 것이.. 안경을 쓰는 것처럼 특이할 것 하나 없이 인정되기를

바라고 바라본다. 와우가 예쁜 액세서리가 되는 날.

유명 연예인의 아이가 와우를 착용하게 되면.. 그때는 사람들이 관심을 좀 가져줄까?

모두가 인공와우를 알게 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자칭 인공와우 홍보대사 ㅋ


2023년 59회 백상예술대상 - 박은빈 대상소감 중

세상이 달라지는 데 한몫을 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를 했고

정말 그 발걸음에 한 발 한 발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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