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북스 Apr 19. 2023

“엄마는 슬퍼하지 않았어”

첫째가 바라보는 동생의 장애


엄마, 장애가 슬픈  아니잖아..

맞아.. 엄마는 슬퍼하지 않았어.. “


작년 11살 딸아이가 7살 동생의 청각장애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내뱉은 청각장애에 대한 평가이자 엄마가 장애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평가였다. 첫째는 둘째를 ‘보통의 뻔한 남동생’ 쯤으로 여기는데, 처음에는 ‘장애 가진 동생 좀 애틋하게 봐주지’라는 마음에 많이 섭섭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만큼 첫째의 시선에서 동생의 장애는 “아빠가 안경을 쓰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집 분위기가 그랬으니깐... 그래도 첫째의 “엄마는 슬퍼하지 않았어”라는 말은 청각장애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는 무뚝뚝한 첫째가 주는 “참 잘했어요” 칭찬도장 같은 거였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첫째에게 둘째를 낳고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을 세세하게 말하진 않았다.. ‘왜 아직까지 말하지 않았지?’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래서 올해에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도윤이가 태어나고 4일 후에 신생아실에서 퇴원을 하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어머니, 아이가 청각 반응이 없어요. 큰 병원 가보세요.”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무슨 얘긴지 몰랐어. 대학병원에 갔는데 “비행기 지나가도 못 들어요.”라고 하셨고,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어”..

“엄마, 어떤 생각이 들었어? 슬펐어?”

“내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는 건 슬프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해.. 교통사고를 당해서 절단된 나의 다리를 봤을 때 그런 감정일까,. 말로 표현이 안되지..”


그 말을 하는데, 2016년 6월이 생각났다.. 생후 11개월.. 둘째의 인공와우 수술 날! 인공와우 수술은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청기로도 들을 수 없을 때 인공 달팽이관을 삽입하는 수술이고, 이 수술을 한다는 건 “인공와우”라는 기기를 평생 귀에 달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청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수술 전날 아마추어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10군데를 링거 바늘로 찌르시더니 결국 실패하시고 돌아가신 덕분에.. 수술 전에 울 것을 다 울어서 수술 당일날은 되려 덤덤했다. 사실 돌 전에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지만 아직 온전히 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직 1년도 채 나와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내 아이라도 막 내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덤덤했을 수도 있다. (나중에 다섯 살 때 다른 쪽 귀를 수술할 때는 두 번째 수술이면 되려 더 덤덤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아이와 같이 보낸 시간에 비례해 내 심장은 내 아이의 나이만큼 너덜너덜 해졌었다.) 수술 후 한 달뒤 처음으로 내 아이 귀에 인공와우 끼우던 날! 내 아이는 정말 조막만 했고, 인공와우를 끼고 있는 내 아이는 내 눈에는 다리를 잃은 교통사고 환자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때는..





작가의 이전글 초라한 버킷리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