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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pr 19. 2023

초라한 버킷리스트

"장애아이 키우는 건 내 버킷 리스트에 없었는데?"

2015년 7월

신생아실에서 청력반응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내가 전화를 건 사람은 엄마였다. 손주의 '청각장애'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망연자실했다. 엄마는 전화 할 때마다 울고, 지금 당장 가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때는 엄마도 보기 싫었다. 전화를 할 때마다 우는 엄마에게 당분간 전화하지 않기로 했다. 같이 슬퍼지는 것도 싫었지만, 우리 엄마라고 해도 자녀의 장애를 겪어본게 아니니, 속으로는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 엄마는 장애아이 안 키워 봤잖아.’ 하며, 그때는 완전한 내편인 우리엄마의 위로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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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힘내, 괜찮아 질꺼야. 수술하면 잘 듣게 될꺼야.."라고 위로의 말들을 했지만, '내 마음을 알아? 쉽게 이야기 하지마.' 라고 할 뻔했다. 위로가 사람을 그렇게 저돌적으로 반항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마음속에서도 건강하게 아들 딸 낳은 친구들이 서럽도록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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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후 2개월이 되었을 때,

대학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먹이고 뇌파검사 및 청력검사를 했는데, 심도난청(공사장 드릴 소리 듣는 정도)으로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중이염이 잠깐의 난청을 만든다"고.. 그 희망을 붙들고, '제발 아니길..'바라며, 대학병원 종합세트 3군데를 가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검사를 해봤지만, 도윤이는 영락없는 빼박 청각장애였다. 보청기를 당장 착용해 재활을 시작하고, 보청기로는 안되니, 1년 후에 인공와우 수술을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한 군데 병원이라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길 그토록 바랬는데,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돌쯤에는 인공와우 없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예비 복지카드 소지자가 되었다. 


내 인생에 "나중에 아이들과 유럽여행, 나중에 책쓰기.."등등의 멋지고 화려한 버킷리스트는 있었지만, 어? 장애아이키우기처럼 '초라한' 버킷리스트는 없었는데... 역시 인생은 번외 버킷리스트 하나쯤은 있어야 다이나믹해지는 거였다.


'휴.. 이제 나는 뭘 해야하지...‘

'내 아이는 과연 듣고, 말하고,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는 갈 수있을까?‘

그게 나의 2015년 10월 쯤 아이 3개월때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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