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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pr 19. 2023

내 아이는 복지카드 소지자

내 아이는 복지카드 소지자

도윤이가 청각장애 진단을 받고 얼마 후 장애등급을 받으러 주민센터에 갔었다. 그때만해도 장애는 등급제.. 1~6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도윤이는 기기를 빼면 하나도 들을 수 없기에 ‘청각장애2급'을 받았다. 2019년부터 등급이 없어지고, 심한 장애는 중증, 심하지 않은 장애는 경증으로 표시했다. 이런 걸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은 첫째 낳고 1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렇게 우리는 장애에 관심이 없다. 나조차도 그랬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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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을 받으러 갔더니 주민센터 직원이 “복지카드”를 신청할 수있다 하여, 복지카드를 신청하기로 했다. 복지카드 발급을 위해 아이의 사진이 필요하다고 아이사진을 이메일로 보내기로 하고 돌아왔다. 

남들은 해외여행 간다고 여권 만든다고 찍는 사진을.. 글쎄 복지카드 만든다고 찍게 될 줄이야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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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직원은 그냥 ‘민원 처리해야 하는 장애인 아이의 엄마 한 명'으로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는지 참 담담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나왔지만, 내 아이 복지카드를 받는다는 건 이건 좀 말이 안되는 감정이다. 나는 받아 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인정'해버리는 무언가.. 돌아오는 길에 복지카드가 너무 어의 없어 울고, 그 안에 도윤이 사진이 너무 핏덩이라 울었다.

 ‘아~ 이제 사회에서도 인정하는 장애인이구나.’ 

(벌써부터 사회에서 인정받구 그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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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라는  질문. 도윤이 태어나고 수도 없이 했던 질문…몇 년 동안 “왜 나야? 왜 내 아들이야? 왜 하필 우리가족이야?”라는 이기적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건 사실 질문이라기 보다 원망이었다. 장애를 빗겨가지 못한 내 현실에 대한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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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몇 년이 흘렀다.. 

첫 복지카드를 갱신 할 때가 되어  두 번째 복지카드를 재발급 받을 때.. 그 몇년 사이  의젓해진 도윤이 사진과 더불어 의젓해진 내 자신에게 참으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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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9세에 시각장애인이 되신 원샷한솔님의 복지카드 이야기에 정말 많이 공감이 되었다. ‘복지카드를 인정한 내가 좋다'는 말… 

@onesho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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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몇년 사이 나는 참 많이도 자랐다. 도윤이의 복지카드를. 내 아이의 장애를 잘 받아 들이게 되었고, 도윤이가 자신의 장애를 잘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우리가족은 함께 많이도 성장했다. 도윤이의 장애는 우리가족에게 시련으로 다가 왔지만, 그 안에서 삶의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그냥 이제는 아이의 장애가 우리 가족의 삶에 일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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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도윤이에게 “너 귀에 그거 뭐야?” 라고 묻는 친구들이 있다. 사실 아이들은 자신있게 물어본다.  (엄마들이 되려 못 물어봄.. 그냥 물어봐 주지.. 그럼 자신있게 대답해줄 수 있는데.. ㅋㅋ) “난 귀가 잘 안들려서 와우라는 기기를 하고 있는거야. 이거 하면 잘 들려.” 라고 말하는 아이.. ‘참 단단하게 잘 커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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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왜? 라는 질문은 원망이 아닌 나의 성장을 돕는 질문들이 되었다. 왜? 도윤이의 장애가 왜 우리가정에 왔을까?.. 예전 “왜 우리 가족이야?”하고 얼핏 비슷한 질문인 것 같지만, 지금은 나와 도윤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있는 일이 무엇일까? 묻는 선한영향력에 관한 질문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있는 일이 뭔데?’ 라고 묻는 진취적인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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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춘기가 오면 아이 스스로 느끼는 장애인 정체성에 관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학습의 결여가 염려 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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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내 아이의 복지카드를 인정한 내가 좋다.

그리고 몇년 후 

내 아이도 복지카드를 인정한 자신을 좋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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