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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pr 19. 2023

엄마의 관점

나는 내 아이의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윤이에게 장애라는 단어를 처음 말해준 건 7살 때였다. 말해줄 타이밍이 정말 궁금했는데, 전문가 선생님께서 7살에는 아이가 어떻게 해서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 어떤 상황인지를 객관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도윤이에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전에도 도윤이는 “엄마, 왜 나만 인공와우 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장애라는 단어를 알려준 건 7살 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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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이해교육 강사로 일을 한다 하더라도 “장애”라는 단어는 나에게도 그저 참 심란한 단어였다. 입안에서 얼버무리게 되는 단어.. 한번 내 뱉으려면 마음을 고쳐먹고 고쳐먹어야 하는 단어.. 그러다 ‘어차피 살면서 도윤이와 우리가족이 100만 번은 더 들어야할 단어라면 그노무 단어 우리것으로 만들어보자.’ 라고 생각하고는 그때부터 “도윤아 너는 청각장애인이야.. 엄마는 청각장애 아이 엄마구”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장애를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정말 어느 순간 그 단어가 더이상 민망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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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친구가 “너 귀에 이거 뭐야?” 라고 물었고, “응. 나는 청각장애인이라 소리가 잘 안들려서 와우라는 기기를 하고 있는거야..”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도윤이를 보면서 ‘너도 나도 이제 ‘그말’ 극복했구나!’ 하였다. 요즘 장애이해교육 강의 준비로 매일 청각장애 ppt를 열어 놓고 장애 단어를 달고 사는 나를 보며 도윤이는 “엄마 내일 또 청각장애이해교육 가? 엄마 내일은 몇 학년 교실에 가? 그 친구는 인공와우했어?” 라고 물어보곤한다. 장애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집에서는 “양치했어?”만큼이나 흔하디 흔한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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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이해교육 강사로 일하게 된지 4년차가 되어간다. 학교나 유치원에 난청아이가 있는 학급에서 강의를 하기 전에 먼저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여 아이의 상황을 묻는다. 통화가 끝나면 아이의 어머니와도 꼭 통화를 하고 강의의 방향을 결정한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의 장애에도 당당하고, 학교 선생님과도 관계가 좋으신 분들이 계시고, 어떤 어머니는 학교와 소통도 하지 않고, 그냥 좋은게 좋은거 라며 조용히 드러내고 싶어 하시지 않으신 분들도 계신다.  어떨 때는 어머니께서 강사인 나와 통화하기를 원치 않을 때도 있는데, 그런 아이는 보통 학교에서 조차 이 아이가 보청기를 착용하는지, 와우를 착용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학교에서는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 주지 못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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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이는 자신의 장애를 엄마를 통해 느끼게 된다. 엄마가 은연중에 아이의 와우를 자꾸 머리카락 안으로 가리려고 하거나, 아이 앞에서 한숨만 푹푹 쉰다면,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와우(장애)를 창피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 엄마가 아이의 장애로 인해 숨어버리거나 도망친다면 아이 또한 또래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줄 뿐더러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자신감이 없어진다. ‘만약 도윤이의 장애가 내 자신에게 생겼다면.. 나는 어땠을까?!’를 자주 생각하곤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나같이 열등감으로 가득찬 사람은 인생 밑바닥까지 부정적이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장애는 나에게가 아닌 내 아이에게 일어났으니, 나는 엄마의 모성본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정신 바짝차리고 극복해야지…하며 매일 결심한다. 그래서 내 자신은 절망적인데, 엄마는 위대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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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가 장애를 바라보는 창문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내 아이의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내 아이는 나를 통해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엄마인 나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엄마인 나는 내 눈을 닦고 또 닦아 장애를 선하게 바라보는 수밖에… 웃어도 내 아이는 청각장애인이고, 울어도 내 아이는 청각장애인이다.. 죽었다 깨나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이제 웃어볼까?! 그리고 절대 숨지 말자!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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