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해 배우는 장애를 받아들이는 자세
아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인공와우를 착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가 너무 어려 기기를 잃어버릴까 봐 정말 매일 조마조마했었다. 그래서 애기 때는 인공와우에 초록불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세팅을 해 두었는데, 지나가지다 그걸 보신 할머니들은 “애기 이거 뭐예요?” 라며 많이 물으셨다. 처음에는 내 아이에게 관심 가져주시는 할머님들이 고마워 “ 아 네~ 귀가 잘 안 들려서 잘 듣게 해주는 기기예요”라고 한 분 한 분 다 설명을 드렸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쯧쯧쯧”이었다. 내 아이 장애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깃털처럼 가벼운 동정을 하고 가시면 그 깃털은 내 마음에 총알처럼 박혀 내 마음을 옹졸하게 만들었다. ‘물어만 봐라’..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할머님들이 물어도 그냥 웃고 말았다. (씹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야 너 귀에 이거 뭐야?”라고 묻곤 하는데, 그 말에 아이 엄마들은 어쩔 줄 몰라하는 게 역력하다. 사실 그렇게 물어봐주면 난 당당하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자신이 있는데, 아무도 나에게 그것을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그게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둘째의 청각장애가 꽤 무거운 결핍이기 때문인가 보다. 아이들이 “ 너 귀에 이거 뭐야?”라고 물어보면, 우리 아이는 “이건 인공 와우라는 건데, 오른쪽은 칸소, 왼쪽은 n7이라는 거야. 나는 청각장애인인데, 이거 하면 잘 들려.”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해준다. 결핍 속에서 피어나는 당당함이라는 꽃! 가끔 “왜 나만 인공와우를 해야 해? 왜 나는 청각장애로 태어났어?” 라며 엄마 마음 심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둘째는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상황을 자신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