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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pr 19. 2023

와우 자나 깨나 와우확인, 켜진와 우 다시 보자!

자나 깨나 와우확인, 켜진와 우 다시 보자!

지금이야 도윤이가 직접 와우의 배터리도 갈고, 건조기기에 넣어서 관리도 하고, 와우가 빠지면 바로 반응이 오니 분실의 위험이 거의 없지만, 도윤이가 애기 때는 매일매일 와우가 없어질까 정말 심장이 덜컹덜컹했다. 우리 가족은 ‘자나 깨나 와우 확인, 켜진 와우 다시 보자’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와우는 잃어버리면 끝장나는 고가의 청각보조기기이다. 한쪽에 1000만 원 정도 하니 만약 양쪽이 다 고장이 나거나 잃어버린다면.. 2000만 원 ㅠ ‘귀는 왜 두 개일까?! 입이 두 개고 귀가 한 개였다면 형편이 좀 나아겠다..’ 하는 창의적인 생각도 들었다. 1000만 원이나 하면서 기술은 되게 후져서 불평불만이 많기도 하지만, 그래도 못 들었던 도윤이를 잘 듣게 해주는 와우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기껏 고심해서 돈 모아 샀는데 맘에 안 드는 애물단지 명품이랄까? ㅋ 


2016년 첫째 윤슬이가 6살 때 유치원 다닐 때 일이다. 도윤이 2살 때.. 

매일 2:30이면 윤슬이가 유치원에서 하원을 하느라 도윤이를 데리고 아파트 정문으로 같이 픽업을 갔는데, 어느 날 윤슬 이를 픽업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도윤이 귀에 와우가 없어졌다. 악! 큰일 났다. “윤슬아 어떻게…?” ….

도윤이가 너무 어려서 내가 도윤이를 잡고 있었는데.. 그 순간 윤슬이가 우리가 왔던 길을 바닥을 보며 뛰어가며 와우를 찾기 시작했다. 너무 멀리 가서 윤슬이는 내 눈에서 보이지 않았고 한 참 후에 돌아오더니 “엄마 와우 찾았어”하며 와우를 내밀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ㅠ “윤슬아! 윤슬이 덕분에 찾았어.” 정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6살은 정말 초초초 애기인데, 그 애기도 와우가 도윤이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ㅠ ’ 무심한 듯 보였는데 너도 와우 없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었구나.‘ 고맙고 기특해서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장애아이 챙기느라 엄마 뒷모습 보며 스스로 자라고 있던 첫째.. 그때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는데.. 지금 그 당시를 머리로 떠올려 보면  집에서 엄마표 언어치료 한다고 도윤이랑 눈 마주치며 소리 들려줄 때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윤슬이가 자꾸 상상돼 가슴이 애리다. 장애아이의 형, 누나, 동생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희생을 하며 자라는데, 그래서 장애의 반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엄마 도윤이 와우.. 깜빡인다.. 배터리 바꿔줘. 엄마, 도윤이 지금 와우 빼서 안 들려..” 혹은 누나표 언어치료도 해주었다.  그 당시 첫째의 희생이 내 아이 장애의 시련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었음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 사이 우리 가족은 막내의 장애에 많이 유연해졌고, 어느새 우리 가족 모두는 도윤이의 와우를 ’ 아빠의 안경‘ 정도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경지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때 상황은 시베리아에서 부는 차디찬 바람이었지만, 우리 가족의 결속력은 겨울에 먹는 따뜻한 어묵국물 같았다. 아주 따끈따끈 몸과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 

‘아! 역시 고난과 시련이 있어 봐야 가족이 더 단단해지는구나!’ 장애를 득템하고 가족의 결속력까지 1+1으로 가져오니 뭐 남는 장사라고 생각될 때는 기분이 나아질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와우없이 소리 듣는 도윤이 꿈을 자주 꾸었다. 분명 귀에 아무 기기를 걸치지 않았는데, 뒤에서 “도윤아”하고 부르니 시끄러운 놀이터에서 놀던 도윤이가 한 번에 나를 바라보고 달려오는 그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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