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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May 04. 2023

사소한 불친절함의 누적

인공와우 -청각장애로 살아가는 난청아이

청각장애이해교육 강사로 일하면서 나의 아이가 청각장애라는 사실은 참 득이 될 때가 많다. 

난청아이(보청기나 와우로 듣는 아이들) 학급 강의를 가기 전에 담임선생님과 난청아이 부모와 통화를 하다보면, 난청아이를 키우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알려드릴 수 있고, 특히나 내 아이에게 학교에서 겪는 난청인으로서의 어려움들을 듣고, 강의에 적용할 수가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올해는 특히나 초등 고학년 반에서 청각장애이해교육 강의가 많았는데, 선생님과 부모님의 의견은 "어렸을 때는 참 적극적이었는데, 고학년 되더니, 와우도 숨기고 자꾸 뒤로 숨으려고 하고, 소극적이 되었어요. "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들을 때 마다 도윤이 생각이 많이 났다. '도윤이도 아직은 자신의 와우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정체성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도윤이도 고학년 때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에 한 동안 고학년 반에 다녀오면 마음이 무거웠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변하는 걸까? .. 사춘기 때문일까? ...' 며칠 동안 그 생각은 내 머리속에서 폭풍이 되어 맴돌고 있었다.  


와우라는 기기의 특성상 시끄러울 때, 모둠수업할 때, 쉬는 시간에는 거의 듣지 못하니, 난청 친구들은 자꾸 되묻게 된다. 엄마인 나로서도 가끔은 자꾸 되묻는 도윤이를 보며 "중요한 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 할 때가 있는데, '친구들에게 되물었을 때 친구들은 더 귀찮고, 짜증나는게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에 도윤이에게 물었다. 

"도윤아~ 도윤이가 잘 안 들릴때 친구들에게 되묻잖아.. 그럼 친구들은 다시 이야기 해줘?" 라고 물으니, 

"응, 이야기는 해주는데 친절하지는 않아."라고 도윤이는 답했다.


'그렇구나... 우리 아이는 매일 그렇게 아주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친구들에게서 불친절함을 겪고 있구나.' 그런 경쾌하지 않은 경험들이 쌓여 누적이 되면, 두 번 물어볼 것을 한 번 묻게 되고, 고학년이 되면서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척을 하게 되면서 오해들이 쌓여가는 것... 그래서 고학년 친구들이 자꾸 숨기게 되고, 소극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난청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라고 하는구나.. 겉으로 보기엔 너무도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이는 정상 인지, 완전통합반. 장애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일반인이고, 일반인이라고 하기엔 결함이있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못하는 아이들... 이렇게 생각은 눈꽃송이에서 눈덩이가 되더니 나중엔 감당하기 힘든 날들이 며칠 계속 되었다. 제아무리 당당한 저학년 꼬맹이라도 그런 불친절함의 연속이라면 맞서지 못하고 꺽여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맞아. 도윤이가 작년 보다는 좀 소심해 진것 같아...'라고 단정짓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요즘은 고학년 학급에 가면 "너희들의 친절함을 최대한 발휘해 보라고.. 되물을 때 한 두번 더 이야기 해주면 난청친구들이 마음편하게 1년 지낼 수 있다고.. "라고 이야기 한다. 나의 아이는 나의 아이의 특유의 장점으로 고학년이 되서도 잘 묻고, 친절함을 겪는 아이이길 바라며, 내 아이또한 그런 힘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청각장애이해교육을 다녀보면 '아~ 인공와우 친구는 정말 안 들리겠다.'하는 교실의 최악의 상황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또 나는 절망을 하다가도 그 안에서 꿋꿋하게 지내고 있는 당당한 난청아이를 보면 '도윤이가 저렇게 컸으면'하고 커다란 희망을 가져본다. 그렇게 되겠지? '엄마, 도윤이는 다른 건 몰라도 사랑꾼인것 같아."라고 무뚝뚝한 첫째도 인정한 사랑넘치는 도윤이라면 고학년 때도 "나 못들었어. 다시한번 이야기 해줘"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도윤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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