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 리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두 번이나 봤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보지 않는데 그 만큼 요즘 영화관에서 선뜻 선택할만한 영화가 없었다. 연말연시에 선뜻 손이 가는 영화가 많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꾼은 전형적인 한국식 범죄 영화이다(액션이 초반에 약간 있는). 사실 이런 부류의 한국 영화의 기원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지만(아마 우리 부모님께는 공공의 적이 아닐까) 내 기준으로 유행의 기점은 베테랑 전후로 갈리지 않을까 싶다. 베테랑의 흥행이후에 유쾌한 권선징악을 다룬 영화들이 유행처럼 나왔고 준수한 흥행 성적을 받았다. 꾼도 그런 흥행을 기대한 아류로 느껴졌다. 이런 영화의 흥행에는 유쾌하면서 사회적인 경고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봄으로써 마치 투표 처럼 민중의 관심과 여론을 표현하고자 하는 관객욕구가 반영되어있음이 틀림없다. 때문에 ‘잘’ 만든 이런 류의 영화가 당분간은 계속 흥행할 것 같다.
두 번이나 봤지만 철저한 상업 영화로 느껴져서 이 영화의 인물이나 캐릭터에 대해 느낀 점이나 깊게 적을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다만 반전까지 긴장감 있게 내용을 끌고 간 감독의 설계 능력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마지막 반전을 보고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고 느꼈을 수 있지만 통쾌한 권선징악을 이뤘기에 그 정도 억지쯤은 눈감아줄 수 있었다. 가끔 추리물이나 스릴러 중에 관객과의 팽팽한 긴장감을 위해 그리고 반전의 극대화를 위해 과한 복선을 넣어 내용을 흐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감독은 그 복선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군더더기를 빼고 초반의 사기사건과 마지막 인물들의 연결고리만을 보여줌으로써 가볍게 끝냈다. 결론은 자만과 욕심의 끝을 보여줬던 클리셰였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욕심의 끝에 철저히 처벌받는 사례가 잘 없기에 이런 통쾌한 처단이 좋았다. 사기꾼이 검사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설계를 통해 관객 또한 유지태의 시점에서 감독의 설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철저하게 유행에 기댄 상업영화라고 해서 작품성이 덜하다거나 깊이가 얕다고 비판하고 싶지 않다. 헐리우드의 히어로 물처럼 우리나라 영화에도 이런 영화가 흥행해서 국내 영화의 공고한 장르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어벤져스처럼 외계인과 싸우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화려한 CG의 향연은 아니지만 한국만의 가장 잘하는 영화 장르가 자리 잡는 것 같아 응원하고 싶다. 잘 다지다 보면 언젠가 이 장르가 한류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한 마디 줄거리
사기꾼 황지성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처단하는 범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