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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치킨 Dec 15. 2017

토르 : 국가란 무엇인가

영화 토르 : 라그나로크 리뷰

토르는 스스로 왕이 되기를 포기했지만 그에게 아스가르드는 전부이자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의 이유였다. 이제까지 헐리우드 영화의 히어로 물이 그리고 마블의 히어로 물이 미국인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스토리였다면 이번에는 미국인도 심지어 지구인도 아닌 토르는 어떤 관점에서 그려낼 것인가 궁금했다.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스가르드의 왕이 되기 위한 토르의 성장스토리이다. 자신의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던 묠니르가 부서지고 그에게 유일신과 같았던 아버지 오딘이 눈 앞에서 소멸 되었으며 온 힘을 다해서 맞서 싸워도 이길 수 없는 빌런 헬라를 만났다. 그 모든 역경이 심각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그에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위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영화의 홍보부터 세간의 모든 관심은 토르와 헐크의 힘대 힘 대결이었지만 사실 이 부분은 토르의 진정한 힘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 사실 기대했던 건 ‘신’적인 존재와 ‘과학’으로 스스로 신적인 힘을 가진 존재의 대결이었지만 결국은 신의 각성이라는 장치로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 

대신 다른 이념적인 대립이 좀 더 눈길을 끌었다. 유치한 의상과 B급 개그 코드에 히어로물의 감상에 가려져 있긴 했지만 결국은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행성을 장악하고 다른 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나아가려는 헬라의 모습은 마치 과거 식민지를 형성하며 무자비한 팽창을 일삼던 과거 제국주의 시대를 생각나게 한다. 전쟁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그녀에게 아스가르드의 존재 이유는 전쟁 뿐이며 왕이란 절대적인 힘으로 정복할 때 존재 가능한 것이었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힘으로 아스가르드를 장악했고 아름답고 평화롭던 금빛 아스가르드는 파괴되었다. 그 곳에서 토르는 선택을 한다. 아스가르드를 지키고자 했지만 이 행성을 그녀로부터 탈환하고자 하면 할수록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희생은 더 커지기만 한다. 그 속에서 이 토르의 중심 메시지가 나온다. 아스가르드는 곧 백성이라는 우리 사회 언어로 번역하자면 국가는 곧 국민이다. 라는 이념과 같을 것이다. 때문에 스스로 수메르의 봉인을 풀기로 결정하고 백성을 모두 우주선에 태우고 아스가르드를 떠난다. 

국가의 개념을 국민으로 생각했던 것. 토르가 미국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워서 가능했던 것일까. 어쩌면 지금 북핵 문제와 트럼프의 발언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메시지가 시사하는 바는 국민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당하는 전쟁은 과연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다. 국가의 팽창이 곧 국력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이념과 생각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현재의 지도자들에게 진정한 히어로란 그리고 지도자란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위와 평화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 국민은 보호받아야 할 무기력한 존재이고 몇몇의 히어로와 똑똑한 지도자에 의해 구출 된다는 이야기는 어쨌거나 국민은 누군가의 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이념처럼 보여서 전적으로 동의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 시리즈에서 전쟁과 국민의 희생에 대한 시사점을 위트와 유머 속에서 직구로 던졌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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