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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치킨 Oct 19. 2019

내일일기 #2. 그들을 위한 추모

인공지능 활용법中

“후..”


선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장례식장 옆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건조한 공기가 그녀의 주변을 감쌌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던 죽음과 망자에 대한 미련은 느끼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미 슬픔을 털어버리고 난 뒤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앞선 슬픔이 이미 몸 속 수분을 모두 빼 내가서 일까. 

이곳엔 울음보다는 건조한 공기만 남아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주문한 커피가 테이블 옆으로 오자 우선 목이 말라 한 모금 쭉 들이켰다. 

세상이 변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건 죽은 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미신이었다. 

때문에 여전히 장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러졌고 수많은 사업이 스러져 갔지만 이 시장은 여전히 호황이었다. 이제 사람 뿐 만 아니라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챗봇까지 장례의 범위를 넓혔기에 인구는 줄었지만 여전이 유망한 사업이었다.


벌써 세 번째이지만 적응 되지 않는 건조한 공기를 느끼며 선호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인간의 공감능력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사실 그녀가 이곳을 찾은 이유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습관적으로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의 반지를 만지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러곤 그녀는 카페 바깥쪽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번 독일 자동차 박람회에서 일어난 테러의 배후가 디트로이트 테러를 일으켰던 같은 조직임이 밝혀졌습니다. 신 러다이트 운동을 지향하는 이 단체의 조직원은 대부분 자동차 생산 공장의 노동자이자 택시운전사였던 사람로 알려졌는데요.

 AI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출현으로 일자리를 잃고 도시의 빈곤층으로 전락하자 인공지능으로 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단체를 조직하여 해당 산업체 주변에서 테러를 해 왔습니다. 주로 소형 EMP탄을 이용하여 AI, 자율주행차량, 통신장비만을 겨냥한 테러를 지향해왔으나 이번 테러에서 처음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각국 정상들과 함께 해당 단체를 범국가적인 위험 테러 단체로 규정짓고 척결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앵커의 말이 귀에서 울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이명처럼 같이 귀에서 맴돌았다.



아비규환이었다. 

삼일 전 그가 직접 겪었던 그 사건이었다. EMP탄 테러를 직접 겪은 건 처음이었다. 

눈앞에서 쓰러지던 수많은 사람 아니, 사람의 모습을 한 AI들. 

그리고 EMP탄의 여파로 자율 주행 기능이 고장난 차량은 그대로 인도 위에 있던 한 여자아이를 덮쳤다. 

이 단체의 세 번째 테러였고 인명피해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언론에서 더 난리였다. 

물론 수십기의 AI 피해가 난 것은 물론이고. 이 의도치않은 인명피해로 인해 이 단체는 그나마 남아있던 명분 조차 잃었다. 이번 테러를 기점으로 해당 단체를 속출해서 처벌해야한다는 여론이 거세졌고 사망한 여자아이에 대한 추모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AI 활용 사업의 확대를 노린 여당의 법안 통과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인공지능과 기계의 산업 활용을 결사 반대 했던 전통 노동자 계층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녀의 맞은편에 누군가 앉았다. 머쓱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선호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이번 테러 피해자가 많아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네요. 

앞선 손님이 너무 결정을 오래 끄셔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생글생글 웃는 그는 가져온 태블릿 PC를 내려놓고 명함을 내밀었다.



“인공지능 전문 보험사 이지영입니다.”


그가 내미는 명함을 받아들었다. 

아직도 이런 아날로그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선호는 지갑을 꺼내 이를 갈무리해 넣었다. 


“음. 이번 테러 때문에 보호자 AI 한기를 잃으셨네요. 

장례 절차는 오늘로 끝났고 새로운 기기를 희망하신다구요?”


“네. 기억은 보존되는 거죠?”


“뭐 미리 병원에 말해 뒀으니 폐기 전에 메모리 확보해 놨을 겁니다. 여전히 24살 그 기기를 원하세요?”


“네. 그이가 죽은 게 그 나이였거든요.”


이미 머리가 희끗한 그녀의 얘기를 들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뒤이어 다른 질문을 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50이 넘은 여자가 24살 남자 AI를 찾는 데에 이상한 시선이라도 보냈을지도. 

하지만 선호의 앞에 있는 이는 적어도 사람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표정변화는 없었다.



“절차는 일주일정도 걸릴 거예요. 

지금 보시는 이곳에 지문과 홍채 인식 해주시면 보험금에서 자동 처리가 될 겁니다.” 


절차는 간단했다. 

아마 이 보험사의 말대로 일주일 뒤면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 그는 초인종을 누르며 그녀를 반겨 주리라. 


그녀의 시선은 간단히 목례를 한 뒤 일어서서 멀어지는 보험사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선호는 습관처럼 반지를 만지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남았을까.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길거리에 다니는 AI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쩌면 이제는 이 세상에 진짜 인간보다 AI가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잠깐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그이는 일주일 뒤 다시 찾아올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테러로 희생된 그를 추모하고자 영안실로 향했다. 그의 폐기는 그녀에겐 소녀의 죽음만큼이나 슬픈 일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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