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남에는 계절이 있다.
어떤 사람은 봄처럼 찾아와 내 삶에 꽃을 피우고, 어떤 사람은 여름처럼 뜨겁게 머물다 사라진다. 가을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겨울처럼 차갑게 멀어지는 인연도 있다.
시절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만나려고 해서 만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레 만나져 있던 사람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이미 내 곁에 머물러 있던 존재들.
애써 붙잡으려 하지 않아도, 밀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각자의 계절이 끝나면 자연히 스러지는 것이 인연의 흐름이다.
그렇다고 떠나는 인연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같이 웃던 날, 나눴던 대화, 함께 걷던 길가의 햇살까지도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시절 인연은 붙잡지 말라 한다. 인연이 머물렀던 자리는 추억으로 남아 나를 단단하게 하고,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인연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지나간 관계를 붙잡으려 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고, 그들도 이미 다른 시간 속에서 변해 있었다. 서로를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그 어긋난 간극이 더 선명해졌다.
때때로 인연은,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만남, 그 순간이었기에 빛났던 결이 있는 것이다. 다른 시간이 되어버린 지금, 그때의 결은 어디론가 흘러가버렸고, 나는 그 빈자리를 조용히 마주하며 깨달았다.
관계는 한 시절을 함께했기에 소중한 것이지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모든 인연은 다르다. 평생 이어지는 인연도 있지만, 시절과 함께 흘러가도록 만들어진 인연도 있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꼭 맞는 조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 변화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때의 인연이 준 선물을 가슴에 품고, 지금의 나를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절 인연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때 그 시절에만 존재했던, 오롯이 그 순간의 빛으로만 남아 있는 기억. 나는 그것을 애써 이어가려 하지 않고,
흐르도록 두기로 했다. 그때의 결이 어디로 흘러갔든, 제 방향대로 흩어졌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