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밍 #노견라이프 #동안밍 #동심밍
솔오름로에도 벚꽃이 만발하다. 오랜만에 산책을 나선 밍인 꽃놀이를 즐기느라 신났다. 매일 산책하던 밍이는 요즘 일주일에 2,3번만 산책을 나갈 수 있다. 지난번 엄마의 병원 일정으로 서울에 올라갔다 덜컥 엄마와 함께 내려왔기 때문이다. 엄마는 요양보호사와 산책을 나섰다가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이후 급속하게 근육량이 줄었고 초기 치매 증상도 있어서인지 요즘은 걷기 쉽지 않다. 밍은 15세이고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76세쯤 된다고 하니 85세인 엄마와 함께 나는 노인과 노견을 돌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둘의 체력, 욕구, 텐션이 너무 달라서 나의 솔오름로 라이프는 돌봄 노예의 삶이 되어버렸다. 산책만 해도 그렇다. 밍과 엄마는 절대 같은 속도로 산책을 할 수 없다. 나이를 망각하고 질주 본능에 충실한 '직진 밍'과 자신이 중환자라고 생각하는 '엄살 엄마'의 속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쩔 수 없이 격일로 밍과 엄마의 산책을 나누어 나간다.
자식 자랑은 낯부끄러워 못해봤지만 우리 밍이에 대한 자랑을 한 가지 한다면 밍은 '절대동안'이다. 강아지 놀이터라도 가면 애기 강아지 엄마들과 늘 이런 대화로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
"어머, 넌 몇 살이니? 우리 **이는 이제 한 살 반인데. 같이 놀까?" "어머 우리 밍인 15살인데......" "헉, 진짜요? 밍, 넌 진짜 동안이구나."
얼굴만 동안인 게 아니라 밍은 마음이 젊다. 그래서 산책을 나서면 15살이라는 자신의 나이를 망각하고 달리고 달린다. 그러다 지치면 꽃 냄새도 맡고 풀 냄새도 맡고 설렁설렁 한 자리에서 놀이를 즐기다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산책 후 집에 돌아오면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졌다. 모든 게 다른 엄마와 밍이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잠을 많이 잔다는 거.
잠든 밍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사이공에서 입양한 밍이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면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었다.
'밍,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에 꼭 너를 사이공에 다시 데려다줄게. 네 고향에서 편안하게 쉬게 해 줄게.'
그때 난 내가 다시 사이공으로 돌아가서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었기 때문일 거다. 돌아온 지 이제 10년째. 나는 밍이를 보면서 다짐을 한다.
'약속을 지킬게, 밍.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