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인도 푸쉬카르 여행

요가 여행 만들기

by Mango

나는 여행기는 흥미진진한 일정에 독특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 생각해서 '여행에 관한 글을 과연 내가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참 오래도 했었던 것 같다. 여행지에 머물며 많지 않은 에피소드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나로 하여금 노트북 자판기 앞에서 망설이게 하고 있다.

그래서 간단히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푸쉬카르 이야기를 조금 써 보겠다.


그러니까 때는 바야흐로 작년 8월 나는 인도와 태국의 치앙마이 요가 여행 일정을 마치고 다시 인도로 돌아갔다. 9월에 리시케시로 떠나는 요가 여행 팀이 하나 있기도 했고, 그동안 인도의 사막지대이자 성지인 푸쉬카르 요가 여행을 만들고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방콕에서 다시 델리로, 그리고 델리 공항에서 쪽잠을 자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고는 푸쉬카르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의자를 뒤로 젖혀서 장시간의 비행과 기다림으로 굳은 허리와 다리를 펴고는 한숨을 돌리고 있으니 '마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시원한 생수병을 건네고 영자 신문을 돌리는 직원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건네주는 물로 입을 축이고 신문을 집어 드니 마치 내가 양복을 차려입고 입에는 담배를 배어 물고 기차 여행을 하는 영국 신사가 된 느낌이었다.


때는 아직 무더운 인도의 우기인 8월이었고, 에어컨이 돌아가서 시원하고, 웬일인지 조용한 인도인 여행객들로 꽉 차있는 기차여행이 평소와는 다르게 편하게 느껴졌다. 배가 고플 때 즈음엔 알아서 커피와 비스킷, 음식을 갖다 주는 7시간이 조금 안 되는 기차 여행이 후다닥 지나간 걸 보니 말이다. 게다가 옆자리에 앉은 인도 남자는 서둘러 비어 있는 옆 칸으로 옮겨 앉았고, 난 편하게 혼자만의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드디어 살포시 푸쉬카르에 도착하다!


푸쉬카르는 라자스탄에 있는 성스러운 작은 호수를 둘러싸고 사원과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히피 여행자들과 장기 체류자들의 안식처로서 곳곳에 숨어 있는 여행자들이 오래된 좁은 골목길을 서성거리고, 길거리 식당에 앉아 옹기종기 팔라펠 롤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왔던 8월은 마침 인도인들의 성지 순례 기간이어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답게 오밀조밀 골목으로 이루어진 마을에는 인도 성지 순례자들로 꽉꽉 차 있었고, 비가 간간이 내리는 우기의 비수기에는 여행자들이 많지 않았다. 후덥지근한 날씨도 한몫하여 나는 오랜만에 온 푸쉬카르 여행을 그리 즐기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푸쉬카르가 주는 매력에는 다행히 빠져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푸쉬카르


과연 푸쉬카르는 오래된 도시 같았다.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에서 보았던 골목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골목길 안에서 우유를 푹 끓여 요거트를 만들고, 인도의 디저트인 스위트를 만들고, 뜨거운 기름 안에서 튀겨지고 있는 인도식 튀김인 사모사가 보였다. 더운 날씨 덕에 간단히 천을 두르고 커다란 국자로 내내 우유를 휘젓고 있는 모습 또한 근사했다.


'아니, 아직도 이렇게 오래도록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 있다니'



감탄에 또 감탄을 하며 골목길을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그러나 나는 푸쉬카르에 요가 여행을 만들기 위해 왔으므로 스스로 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고, 마음 한편이 조금 무겁기는 하였지만, 늘 그렇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루에 하나씩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안락하고 소박한 숙소 찾기

맛있는 식당 찾기.

대망의 요가 선생님 찾기.

라자스탄의 음악 공연가 찾기.


그럼 숙제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안락하고 소박한 숙소 찾기


맘에 드는 숙소 주소만 들고 무작정 여행지를 찾아가던 나도 요즘에는 하루 정도는 숙소를 미리 예약을 하고 들어가곤 하는데, 다행히 예약을 해 놓은 숙소는 가자마자 내 맘에 쏙 들었다.


기차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푸쉬카르 시내로 들어갔는데 택시 기사는 시끄러운 도로 한가운데에 나를 내려 주었고, 조그만 골목길을 가리키면서 들어가면 숙소가 있다고 했다. '대체 숙소가 어디 있다는 거지'라고 생각되는 그 작은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니 한적한 곳에 예쁜 숙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2층의 숙소는 깨끗했고, 숙소 벽은 라자스탄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색칠이 되어 있었다. 숙소 내부의 한가운데에는 나무를 심어 놓은 작은 사원이 있어 마음을 평안하게 했다.


숙소를 운영하고 있는 삼 형제는 정직하고 친절했고, 나의 여행 이야기를 듣더니 꽤나 흥미로워하며 내 여행에 필요한 사막 사파리, 음악가, 요가 선생님 등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삼 형제와 가족들은 너무나도 소박하여 별 욕심이 없어 보였고, 항상 마주칠 때마다 나마스테를 외치며 웃어 주었다. 방은 깨끗했고 침대와 테이블 그리고 의자까지 갖추어져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만일을 대비하여 숙소를 몇 군데 알아놓아야 하므로, 다른 숙소도 몇 군데 가봐야 했다.



라자스탄 전통 예술품으로 꾸며 놓은, 정원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커다란 흔들 그네가 있는 럭셔리한 호텔을 찾아가 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 옆에 있는 중급 정도의 호텔도 들어가 보았지만 맘에 들 정도로 깨끗하지 않았고, 방에 누워서 전화를 실컷 하고 있는 주인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국인들의 후기가 많은, 가격이 저렴한 숙소도 포기하는 마음으로 둘러보았으나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곰팡이 냄새 때문에 그냥 나와 버렸다. 그리하여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도로 돌아갔으며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가 청결하면서도 좋은 가격에 안전하고 얼마나 좋은 곳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이야기.


2. 맛있는 식당 찾기


푸쉬카르는 인도 힌두교의 성지로 마을 전체가 채식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라자스탄 사막지대의 척박함과 오래도록 전투를 하던 국경지대의 거친 면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온화하고 조용했으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여행자들을 반겨 주었다. 호수 한가운데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이기에 건물 옥상에 있는 근사한 식당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때는 바야흐로 인도의 우기, 후덥지근하고 뜨거운 날씨에는 옥상 식당을 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에 옥상 식당으로 들어가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먹었다. 근사한 샐러드는 기본이고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아 음식, 인도의 전통 커리 음식과 계란을 이용한 음식 등 역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음식을 시켜도 어디든 다 맛있었다.



3. 대망의 요가 선생님 찾기


푸쉬카르는 요가로 유명한 마을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채식을 하는 인도의 성지인 푸쉬카르야 말로 요가를 하며 조용히 지내기에 좋은 곳이라고 확신을 하였고, 그렇다면 당연히 좋은 요가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간 요가원에서 요가를 해 보았으나 한 곳은 요가 시간 내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요가 동작은 너무 적게 하여 마음에 들지 않았고, 돈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는 요가 선생님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유를 물으며 요가 동작이 너무 적은 거 아니냐고 맘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사실 요가원이 자기와 맞지 않으면 그냥 안 나가면 될 것을 너무 많은 기대를 하여서 실망이 컸었는지 아니면 너무 내 일에만 몰두한 것인지 난 무례하기까지 한 질문을 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요가원은 히피들이 줄담배를 피울 것만 같은 호스텔의 옥상에 위치하여 있었다. 생각보다 맑지 않은 선생님의 눈빛이 조금 의아했지만 그래도 요가 수업을 받고 가야겠다고 생각하여 요가 매트를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깔았으나 끊임없이 기어 다니고 있는 왕개미가 무서워 그냥 도망갔다는 웃기고도 씁쓸한 이야기.


세 번째로 간 곳은 마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좋지 않은 리뷰가 많이 달리기도 한, 정원이 큰 요가원은 수업이 기대보다 더 별로라서 마음을 접었다.


아,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먼저 음악 공연을 들을 장소를 찾기로 했다.


4. 라자스탄 인도 음악 공연가 찾기


예전에 바라나시에 한동안 머무를 때 갠지스강이 보이는 아름다운 음악원에서 인도 고전 음악을 듣곤 했다. 한밤에 갠지스강이 별빛에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었던 그 아련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바라나시와 분위기가 비슷한 이곳 푸쉬카르에서도 음악 공연을 듣는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구글 검색을 통하여 꽤 유명한 음악가를 찾아 오래된 사원으로 들어갔다. 턱수염이 가득한 인상 좋은 젊은 음악가가 사원 내의 조그만 방에서 악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인도의 전통 음악이라 함은 현악기인 시타르, 그리고 타악기인 타블라와 건반 악기인 하모니엄 정도만 알고 있었고 음악에 곁들이는 까딱 댄스 정도를 넣으면 될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곳은 라자스탄에 위치한 푸쉬카르라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라자스탄은 사막 지대의 전통 악기를 따로 가지고 있었고, 내가 찾아간 이 음악가는 노래를 부르는 젊은 음악가였다. 인도 고전 음악은 보통 신에게 바치는 '라가'라는 음악이 주를 이루는데 때때로 너무 고요하여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졸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음악가는 라자스탄 전통 음악에 현대적인 음악을 가미한 퓨전 음악을 연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공연한 것을 유튜브에서 찾아 보여 주었는데, 경쾌한 보컬이 들어가고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새로운 음악이었다.


음악가와 인도 음악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음악가에게 매료되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여 나에게 신나게 설명을 하고 있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며 뜬금없이 혹시 좋은 요가 선생님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푸쉬카르에서 태어나 푸쉬카르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므로 이 동네에 관한 것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는 요가를 가르치는 좋은 친구가 한 명 있다며 오늘 해가 질 때 즈음에 선셋 카페로 가보라고 했다. 그와 음악 공연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기로 하고 난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원을 나왔다.



5. 요가 선생님을 찾으러 리시케시로 가다.


해가 질 무렵의 푸쉬카르 호수는 참 예쁘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해가 내려가며 호수를 붉게 물들인다. 이때 주민들과 여행자들은 모두 선셋 포인트로 모여들기 시작하고, 커다란 나무 밑에서 경쾌한 타악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히피들이 하나둘씩 모여 불을 흔들며 춤을 추는 불 쇼를 하기도 하고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드는 여행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호수의 가트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요가 선생님을 찾기 위해 선셋 카페를 찾았다. 선셋 카페는 해가 지는 풍경이 가장 멋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요가 선생님을 찾는 나를 선셋 카페의 직원들은 친절하게 대했고, 옥상에 있는 요가원으로 안내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나 정작 요가 선생님은 이곳에 없었다. 요가 선생님은 여름에는 갠지스강이 흐르는 인도 북부의 리시케시에서 잠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꼭 그를 만나야 했다. 좋은 요가 선생님이 없는 요가 여행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다행히도 요가 선생님과 연락이 되었고, 며칠 후에 나는 여행자들을 데리고 리시케시로 가야 했으므로 그와 리시케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푸쉬카르를 떠났다.


우기의 어느 여름날 리시케시의 한 카페에서 요가 선생님을 만났다. 단발머리에 선글라스 그리고 멋스러운 팔지에 헐렁한 알리바바 바지를 입은 요가 선생님은 성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날렵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한눈에도 요가를 꽤 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사나 (요가 동작)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요가 선생님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아사나를 얼마나 잘하는지 나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자르고는' 아사나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좋은 마음을 가진 요가 선생님이 필요하다. 넌 왜 요가를 하니?'하고 사람들로 꽉 차 있던 지프차 안에서 큰 소리로 물어보았다. 그가 그의 요가 스승을 소개해준다며 나를 히말라야 산으로 이끄는 차 안에서였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자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이발사 집안에서 태어나 이발과 마사지에 대해 배우다가 우연히 푸쉬카르에서 만난 요가 스승에게 요가를 배웠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가 얼마나 세상 사람들은 사랑하며 그래서 자기의 가슴은 유리처럼 부서지기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난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와 그의 선생님을 만나러 히말라야 산속으로 들어가 밥을 함께 먹으며 요가와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우리는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