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내가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 이 그림은 사실 에콰도르의 유명한 화가인 과야사민의 작품이다. 적도의 도시이자 에콰도르의 수도인 퀴토에서 우연히 가게 된 그의 화려한 저택 안에 마련된 미술관에서 이 얼굴 그림 앞에 섰을 때 난 저 멀리 떨어져서 나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했다. 오랜 여행자의 생활로 생긴 기미로 거뭇거뭇한 나의 얼굴이, 기쁨과 슬픔의 눈망울이 섞여 있는 얼룩진 그 그림과 겹쳐졌다. 그 얼굴에서 내 안에만 숨어 있는 아무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였고, 나보다는 더 예쁜 모습으로 그려진 이 그림을 나의 자화상으로 삼았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어보면, 여행을 꽤 해왔던 그들은 한 두 구절로 그 의미를 정의하곤 했다. 여행이란 잠시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것, 먼 곳으로 떠나서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떠나서 되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등등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행'이란 단어에서 되돌아오는 것이라는 느낌이 전혀 받지 못했다. 나에게 여행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의 일부분이었고, 일상생활이라고 부르는 시간들을 다른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저기로 돌아다녔다. 그래서 돌아올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지도 않았다.
내가 이 공간에 풀어내고 있는 글들은 지난 15년간 떠돌면서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며, 이 여행이 언제 끝이 날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적정 시간을 정해 두고 어느 순간에 끝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지금은 그냥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얼마 전 다시 작은 카메라를 구입하고 또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별한 여행은 아니고 예전처럼 어딘가에서 생계를 위한 일도 하며 전부터 해보고 싶던 일도 하며 지내보기로 하였다.
내게 여행이란 그저 장소를 옮겨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심오한 의미를 두고 정의를 내리기에는 여행이 내게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까.
지금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그렇다. 후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