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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Feb 13. 2023

인도 보드가야 생활 시작

새벽 두 시에 집을 나서서 델리 공항으로 출발했다. 친구가 새벽에 일어나 공항까지 차를 몰고 데려다주었다. 델리에서 캘커타, 그리고 환승 후에 보드가야로 가는 비행이다. 델리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에 시간이 남아 커피 한잔을 하고 캘커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시간은 약 한 시간 반. 눈을 감고 잠시 졸다 보니 캘커타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캘커타 공항에서 환승을 하는 중에 밥을 먹을까 맥주를 마실까를 두고 꽤 고민을 했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환승 구역을 죽 걷다가 다시 되돌아 걸으며 카페와 식당을 기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보드가야는 술이 금지된 지역이고 난 한동안 알코올 섭취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술을 파는 바로 들어갔다. 인도에서는 여성 혼자 맥주를 마시는 일은 거의 보기가 힘들기에 좀 어색하긴 했지만 맥주와 감자칩을 주문했다. 맥주를 좋아하지만 주량이 딱 한잔이기에 작은 병의 맥주를 다 마사지 못하고 발개진 얼굴로 보드가야행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한 시간 비행 후 가야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보드가야는 온통 녹색이었다. 보드가야가 시골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시골이구나 싶었다.

​​

공항이 워낙 작아서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국내선인데도 백신 증명서를 검사하고 있었다. 다른 승객들은 이미 아는 듯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는데, 종이로만 인쇄를 하고 가지고 다니는 나는 배낭을 풀어헤쳐야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증명서 가방에 있어’라고 하니 다시 보여 달라고 해서 ‘가방에 있어서’라고 말을 흐리니 외국인이라 그런지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마중을 나온 오토릭샤를 타고 보드가야를 둘러보며 숙소로 향했다. 거리에는 차와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고,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도로 위의 뿌연 매연을 온통 뒤집어쓰고 흔들리는 오토릭샤를 타고 삼십 분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항상 지내는 게스트 하우스의 싱글룸으로 들어갔다. 싱글 침대가 벽면에 붙어 있고 주황색 선반 하나에 플라스틱 갈색 의자, 그리고 인도식 화장대가 있는 작은 방은 그대로였다. 선반 위에는 친구가 준비해 놓은 과일이 놓여있었다. 코로나 때 손님이 없어서 페인트 칠을 안 하고 그대로 방치한 방이었지만 한나절이 지나니 금세 적응이 되었다. ​전날 새벽에 출발을 하느라 밤을 새워 버리고 비행을 했는데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거리로 나가 예전에 돌봐주었던 강아지들을 (록키와 람보 ) 찾아보기로 했다.

람보와 비슷한 강아지를 찾기는 했는데 확신이 안 섰다. 올해 람보와 비슷한 견종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다니고 있다. 예전에 찍어 둔 사진을 보며 특징을 익히는 중이다.

록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모습이 특이해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데 나이가 워낙 많고 허약하기도 해서 어쩌면 운명을 달리했을 수도 있다.

2020년의 록키와 람보

다음날 일찍 코로나 시절에 여러 친구들과 함께 모금을 해서 만든 양로원을 방문했다. 오토릭샤로 구부정한 시골길을 한참 달리니 벌판 한가운데에 파란 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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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뜨겁고 습해서 양로원 안으로 들어가니 땀이 주르륵 흘렀다. 델리에서 사 온 헤어밴드와 핀을 다리가 아파 누워 있는 둘라리에게 건네주었다. 몸이 많이 안 좋은 노인들이 7-8명이 함께 살고 있는 곳으로 무너져가고 있던 건물을 친구 모하메드가 모금 운동을 해서 다시 만들었다.


다시 오토릭샤를 타고 시골길을 달렸다. 덜컹거리는 릭샤 안에서 시골길을 감상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

다음 날 보드가야의 상징인 마하보디 대탑을 둘러보고, 산책을 했다. ​​보드가야는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아직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아서 점심은 로컬 식당에서 탈리나 도사, 쵸민 등을 먹고, ​저녁은 숙소를 관리하는 친구 프렘이 만들어주는 커리와 라면 등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한낮의 날은 아직 더웠고 할 일이 없는 나는 주로 방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공사가 끝나간다며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왔건만 공사가 끝나려면 이십 여일을 기다려야 했다. 대체 왜 이렇게 빨리 오라고 한 건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짜증을 낸다고 변하는 것은 없기에 조용한 마음으로 낮에는 방비닥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대탑을 돌았다.



​​​​​​드디어 캘커타에서 커피 머신 수리 기사가 왔다. ​​​거의 3년 동안 커피 머신을 사용하지 않아서 파이프가 꽉 막혀 있었고 수리가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반나절 동안 머신을 고쳤다. 그 모습을 보며 좀 안절부절못했지만 기계가 고장이 났더라도 또 다른 해결책이 있겠지 하며 기다렸더니 다행히 머신이 작동되었다. 오랜만에 함께 카푸치노를 마시며 축하를 했다. 오랫동안 커피 머신을 사용하지 않았던 나는 손을 떨며 커피를 만들었지만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참으로 인도스러운 꾸러미가 식당으로 도착하고 있고, 10월 7일에 오픈을 목표로 현재도 공사 중이다.

​​


일주일이 안 남은 이 시점에서 나는 실컷 놀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에는 커피와 빵을 만들고, 줌 요가 수업까지 병행을 해야 해서 조금 바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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