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1904 | KUA Edition] 공예가 이윤정 인터뷰
Stay 1904 | KUA Edition
맹그로브 스테이에는 고유의 넘버를 가진 특별한 에디션룸이 숨어있습니다. Stay 1904는 이광호 작가가 리드하는 프로젝트 그룹 KUA(KLO+UOR+ARR)의 아트워크가 전시된 스테이 객실입니다. KUA는 맹그로브 신설 건물 전체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스튜디오이기도 합니다. Stay 1904는 작가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지펴낸 사물들을 객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아트 스테이입니다.
시들지 않는 꽃, 유려한 라인의 선반, 감각적인 고리와 걸이가 자리한 금속의 세계.
맹그로브 Stay 1904를 통해 공예가 이윤정은 단단하고 뜨거우며 자유로운 금속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Stay 1904, 단 하나의 객실에 마련된 특별한 아트 스테이에서 작가 이윤정이 열어둔 즐거운 해석의 공간을
여러분만의 상상과 영감으로 채워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윤정입니다.
금속을 주로 다루면서 저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주 작업 소재인 금속, 그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녹은 금속을 좋아해요. 단단한 상태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은 재료인데, 녹아서는 엄청난 열을 뿜어
고약한 재료다 싶으면서도 어떤 형태로도 흘러갈 수 있어 흥미로워요. 대량생산을 위해 생긴 일률적인 크기와 표면의 자국들은 사라지고 제 의도를 담기에 좋은 순수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Q. 다양한 형태와 질감의 ‘못’ 작업이 흥미로워요.
만들어온 못 중에 대부분은 제가 대학교 졸업 전시를 할 때 만든 형태예요. 앞으로 작가로 활동하기로 막 결심했던 때라 졸업 전시가 곧 데뷔 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죠. 그때가 못의 첫 시작이에요. 그때 만든 못은 전부 좋아해요. 나이로 치면 벌써 10살이 넘었어요.
Q. 작가님의 작업물에서는 작은 것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애정이 느껴져요.
작은 것을 수집하기보다는 작은 것을 만들어내는 습관이 있어요. 대상은 때마다 바뀌는데 늘 핵심이 아닌 그 주변을 관찰하는 편이에요. 그런 관점이 작업을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녹은 금속은 고약한 재료다 싶으면서도
어떤 형태로도 흘러갈 수 있어 흥미로워요."
"맹그로브 에디션룸에 있는 작업들 하나하나에는
제가 금속에 대해 가지는 관점들이 담겨 있어요."
Q. 맹그로브 KUA 에디션룸 역시 작가님의 그런 관점을 통해 친숙한 선반, 거울, 문고리 등이
감각적인 아트 피스로 재탄생했어요.
맹그로브 에디션룸에 있는 작업들 하나하나에는 제가 금속에 대해 가지는 관점들이 담겨 있어요.
녹은 금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를 굳힌 후에도 남겨 보는 이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고 싶었어요.
부드러운 형태를 사용하고 공기와 만나 자연스럽게 굳은 질감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객실 안에서 따뜻한 기운을 만들어 주길 바라면서요.
KUA 에디션룸에 머무는 동안 그 기운을 함께 느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담긴 작업물이 있나요?
KUA 에디션룸 작업 당시 특정한 가이드라인 없이 굉장히 자유롭게 공간을 채웠어요.
평소 해보지 않았던 시도들과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죠.
‘시들지 않는 꽃’과 출입문의 ‘잠금장치’는 그런 새로운 시도의 일환이었어요. 제가 부지런히 꽃을 사지 못해서 항상 비어있는 화병을 보며 생각해왔던 작업인데 에디션룸에서 실현할 수 있었죠. 잠금장치 또한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겠다 싶은 지점에 저만의 작은 포인트를 넣은 작업이기도 해요.
Q.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오브제를 넘어 공간 속에서 기능하는 작업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저는 무용과 유용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유용의 기준을 넓게 본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쓰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제가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위한 형태와 재료의 표현에 대한 고민만을 해요.
용도는 제 작업을 보는 관람객이나 구매자분들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인 거죠.
특정 형태를 만들어야 할 때에도 반드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뭔가를 살 때에도 정확하게 읽히는 건 흥미가 덜해요.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저 사는 데 필요한 일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것이 가장 집 다운 것 같고요."
Q. 작가님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요?
저에게 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이에요.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빨래를 하고, 남편과 고양이와 대화하고, 잠을 자는 아주 단순한 활동만을 해요. 그러면서 쉬는 것 같아요.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저 사는 데 필요한 일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것이 가장 집 다운 것 같고요.
Q. 작업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아요. 이곳저곳 볼 것들이 너무 많아요.
집은 물건도 많이 없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 위주예요. 수집하거나 쟁여두는 습관도 없어서 여백이 많아요.
집에선 바로바로 잘 버리는 반면, 작업실에서는 뭘 잘 못 버리죠. 작업할 때 대부분은 무음인 상태로 하지만 종종 음악을 틀 때는 이소라의 노래를 들어요. 적당한 우울감을 섬세하게 전달해 주는 점을 좋아하는데 듣고 있으면 오히려 힘이 나는 기분이에요. 가끔 조금 소란스럽고 싶을 때는 라디오를 켭니다.
웃긴 광고 음악들이 많거든요.
Q. 익숙한 것을 낯설고 새로운 형태와 물성으로 표현해내세요.
새로운 관점을 씌우는 작업들에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창작을 하는 직업은 개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보적인 창조는 힘든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이윤정다운 작업과 활동을 하는 것에 가장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관점으로 작업을 고민하다 보면 느리긴 해도 조금씩 답이 보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해석해 보는 것 같아요. 작가가 된 이후 20대를 지나 30대를 보내며 달라지는 점, 변하지 않는 모습, 이상한 구석을 발견해요. 그렇게 변화하는 나에 집중하죠.
저에게는 그것이 가장 무궁한 상상의 원천이고 새로움인 것 같아요.
Q. 2021 공예 주간 프로젝트처럼 벤딩 머신으로 공예품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식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겠네요.
‘PUSHPUSH’는 비대면이라는 화두를 오히려 적극 활용하는 전시였습니다. 무인 시스템으로 24시간 오픈하여 자연스럽게 관객의 밀도가 분산이 되었고 야외 공간에 설치하여 방역의 부담을 덜었죠. 벤딩 머신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기계이다 보니 전시와 판매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섞인 실험적인 전시였습니다.
"변화하는 나에 집중해요.
저에게는 그것이 가장 무궁한 상상의 원천이고 새로움인 것 같아요."
Q. 작가님에게도 징크스가 있나요?
징크스인 것 같은데, 쓸 시간이 많지 않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나요. 미리미리 시작을 해도 더 좋은 생각이 막판에 나서 시간과의 싸움일 때가 많아요. 좀 고치고 싶은 점이기도 해요.
Q. 속해 계신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UOR 외에도 프로젝트 그룹 형태로 자주 활동하시잖아요.
함께 일하는 것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제 작업실이 있는 건물은 세입자 모두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요. 모두 비슷한 일을 하기도 해서 오며 가며 안부도 묻고, 같이 밥도 먹고, 기쁜 일 같이 축하하죠. 이 건물 안에서의 삶이 좋아요. 서로의 경험으로 배운 가르침을 나눠 주고받는 것이 제가 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데 제법 큰 역할을 해요. 그래서 소규모라도 모여서 서로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꾸리는 걸 추천하는 편이에요.
Q. 혼자 사는 것과 함께 사는 것, 어떤 삶이 이상적일까요?
두 가지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저의 작업실도 개인 공간이 있으면서 이웃 작가들과 교류하는 형태예요. 독립된 작업실이 있다 보니 집에서는 모든 공간을 기꺼이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요. 나만의 공간이 확실히 보장된다면 더욱 즐겁게 함께 할 여유도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맹그로브의 주거형태이기도 하네요!
"서로의 경험으로 배운 가르침을 나눠 주고받는 것이
제가 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데 제법 큰 역할을 해요."
글 | 신다보미
사진, 영상 | 이석현, 장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