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맹그로브 커뮤니티 소식
“맹그로브에는 다종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옆방에 산다. 이들을 위해 집이 해줘야 할 일은 함께 사는 취향 전달자들이 우연히 스치고 만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맹그로브 숭인 지점의 설계를 담당한 조성익 건축가의 책,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에서 엿볼 수 있듯 맹그로브 하우스 곳곳에서는 오늘도 건강하고 느슨한 옆방 연대가 일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맹그로브의 커뮤니티는 혼자 먹기엔 조금 넘치는 배달 음식으로, 오픈 채팅과 자유게시판의 가벼운 수다로, 퇴근 후 편안한 차림으로 공유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취향으로 대수롭지 않게 이어지기에 더욱 각별하지요. 숭인, 신설, 동대문으로 넓어진 맹그로브의 커뮤니티 만큼이나 다양하고 유별한 연대의 모습들을 소개합니다.
⁕ 업사이클링 양말목 클럽 ⁕
호스트 : 서린 (맹그로브 생활 1년 4개월)
지점 : 맹그로브 신설
모임 횟수 : 8회
모임 인원 : 3명~6명
자연과 지구를 사랑하고, 일상에서도 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서린님은 ‘양말목 핑거니팅’을 맹그로브에서 배운 소중한 취미로 소개했습니다. 그녀 또한 산업 폐기물 양말목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여 쓰임 있는 물건을 만드는 이 업사이클링 활동을 맹그로브 소셜 클럽, MSC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평소 자연과 식물을 좋아하고, 지구를 생각하다 보니 저에게는 이 활동이 맹그로브 안에서 ‘우리 이렇게 지구를 함께 아껴봐요’ 할 수 있는 도구 같았어요! 맹그로브에서 배운 가치 있는 것을 다양한 멤버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더라고요. 그 기쁨과 보람으로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MSC by members를’ 통해 공식적으로 두 번, 비공식적으로도 자유게시판을 통해 수차례 모임을 열어 양말을 만들 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자투리 천으로 가방, 방석, 티코스터 등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취미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속가능한 인연을 발견하는 순간도 있었지요.
“맹그로브 아티스트 서클 참여 작가였던 라일락님과도 이 모임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어요. 라일락님의 요청으로 직접 운영하시는 ‘소울보따리’라는 공방에서 클래스를 열기도 했죠. 맹그로브에서의 인연은 이처럼 매번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 같아요.
코리빙 하우스이지만, 우리는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집이다 보니 새로운 사람에게 다짜고짜 다가기 어렵잖아요. 자연스러운 매개체가 필요하죠. 양말목 모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작은 대화들을 통해 힘을 받는 순간도 많았고요. 맹그로브는 짧은 시간 안에 생판 모르는 남을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 맹글맹글 풋살 클럽 ⁕
호스트 : 김민수 (맹그로브 생활 3개월)
지점 : 맹그로브 신설
모임 횟수 : 4회
모임 인원 : 6명
휴학 기간 동안 맹그로브에 거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다는 민수님은 맹그로브 앱 내 자유게시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일을 하며 관련해서 도움을 요청해 오는 글이나, 디자인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맥주를 마시는 등 이웃과의 교류는 맹그로브 생활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평소 혼자 즐기던 풋살도 자연스럽게 자유게시판에 올리게 되면서 지금의 풋살 모임 멤버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고정 인원이 많지 않아 용병처럼 사람을 모아 경기를 진행해 주는 풋살 서비스를 이용해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열고 있어요. 팀을 나누어 겨룰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맹그로브 풋살 클럽을 통해 모인 인원은 모두 한 팀이 되어 경기장을 뛰기에 함께 땀 흘리는 의미가 있지요.
“원래 살던 동네에서 멀리 이사 오면서 주변에 시간이 맞는 친구들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맹그로브는 같은 공간에 살고 있으니까 모이는 일이 한결 편하잖아요. 꼭 운동하는 것 외에도 같이 스포츠 경기를 본다거나, 맥주를 마신다거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모두 직장인 분들이시다 보니, 직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는지 사소한 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환기가 돼요. 주변에 어떤 식당이 맛있다더라 하는 맹그로브 이웃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대화도 재미있고요.”
⁕ Saturday Movie Club ⁕
호스트 : 산호 (맹그로브 생활 9개월)
지점 : 맹그로브 신설
모임 횟수 : 20회
모임 인원 : 10명
한의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글을 쓰고, 요가와 명상을 하며 맹그로브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키워가고 있는 산호님은 자신만의 세계를 벗어나고 싶을 때 토요일 모임을 찾습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이웃들과 인연이 되어 소소하게 시작한 무비 클럽은 어느덧 멤버 10명을 거느린 6개월차 장수 모임으로 자랐습니다.
무비 클럽에서는 주요 활동 멤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호스트가 됩니다. 호스트는 그 주의 상영 영화를 선정하고, 시네마룸의 예약과 다과 준비, 식사, 술자리, 함께할 수 있는 MSC 등 영화를 보는 시간 전후의 추가 활동 제안까지 맡고 있어요.
“매주 호스트가 바뀌니까 정말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나의 취향의 범주에서 벗어난 영화도 접하게 될 수 밖에 없죠. 그게 불편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좋았던 것 같아요. 맹그로브에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나의 세계를 넓혀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기에 가능한 일 같아요.
하루는 한 호스트가 멤버 맞춤형으로 <귀를 기울이며>라는 영화를 상영했어요. 바이올린 키는 소년과 글을 쓰는 소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는데,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멤버와 글을 쓰는 저를 위해 일부러 골라주신 영화였죠. 영화가 끝나고 모두 마음이 뭉클해진 나머지 멤버분이 방에서 바이올린을 가져와 20층 루프탑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었어요.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됐죠.”
실제로 무비 클럽의 열 명의 멤버 중 네 명은 퇴실 멤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해외로, 지방으로 떠난 원년 멤버들이 여전히 남아 채팅에 참여하고 시간이 이따금씩 초대 멤버로 모임에 참여하는 끈끈함을 자랑합니다.
⁕ 신설 저녁밥 모임 ⁕
호스트 : 권민지 (맹그로브 생활 4개월)
지점 : 맹그로브 신설
모임 횟수 : 4회
모임 인원 : 15명
‘저녁은 누구나 먹으니까’ 저녁밥 모임의 시작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평소 야근이 많아 집에서 저녁밖에 먹지 못하는 생활을 이어오던 민지님은 사람들과 더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 저녁밥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 읽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베이킹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운동도 마찬가지이고요. 공통적으로 누구나 저녁은 먹으니까. 쉽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니까 ‘저녁’이더라고요.”
15명의 인원이 포함된 오픈 채팅방에는 자유롭게 소통이 오갑니다. 호스트인 민지님이 참여하지 못하는 날도 부지기수. 혼밥이 외로운 날 언제나 자유롭게 채팅창의 문을 두드리고, 모일 수 있는 인원끼리 번개 형식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함께 외식을 하는 날도 있지만, 공유 주방에 각자의 메뉴를 가지고 모여 부담 없는 식탁 메이트가 되지요.
“밥을 함께 먹다 보면 생각보다 편하게 힘든 점, 고민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사이에도, 국적이 달라도 밥이라는 매개로 쉽게 친근감이 생긴달까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카페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분, 언어가 좋아서 미국, 중국,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언어를 가르치며 언어를 배웠다는 분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궁상 맞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게 되는 혼자만의 식사 시간이 천천히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양질의 시간으로 변화했습니다. 최근에는 채팅방 안에서 친해진 소그룹이 별도의 채팅방으로 ‘독립’을 하기도 했어요. 밥을 먹다 마음 맞는 친구 하나를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좋은 목표라면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고 민지님은 전했습니다.
⁕ 동대문 플로깅 클럽 ⁕
호스트 : 임지은 (맹그로브 생활 2개월)
지점 : 맹그로브 동대문
모임 횟수 : 2회
모임 인원 : 6명~7명
한국의 윤리적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의 역량 강화와 성장을 지원해 주는 회사,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허브’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지은님은 회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경험한 플로깅을 맹그로브 생활 속으로도 이어왔습니다.
“10월 18일 산의 날을 기념해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자’라는 취지로 모였어요. 맹그로브 동대문을 시작으로 DDP를 거쳐, 흥인지문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맹그로브로 돌아와서 분리배출까지 하는 코스로 함께 했어요.”
세계 식량의 날 등 환경 기념일을 맞아 멤버들과 비건 쿠키를 나눠먹으며 플로깅에 대해 평소 관심을 나누는 스몰 토크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두 달 남짓의 짧은 맹그로브 생활을 마치고도 모임 멤버들과의 시간이 기억에 진하게 남아, 퇴실 후에도 맹그로브 멤버들을 위한 플로깅 모임을 한차례 더 열었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활동이다 보니, 혼자 했을 때보다는 같이 했을 때 훨씬 더 좋더라고요. 좋은 취지와 뜻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거리에 담배꽁초가 정말 많아요. 그렇게 한참 쓰레기를 함께 줍다 보면 금세 친해지죠. 플로깅을 통해 첫 MSC를 경험하게 되었다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왠지 모를 책임감과 보람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모임을 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잖아요. 좋은 일을 종종 일으켜야겠다! 하고 다짐하는 순간이에요.”
궁극적으로 어떤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은 여정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 짓는 근본 요소는
우리와 가까이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다.
- <당신을 초대합니다>, 존 리비
글 | 신다보미
사진 | 서린, 산호, 권민지, 김민수, 임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