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벌써 22살이 되었겠구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학생활은 잘하고 있을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벌써 너희가 내 반이었던 적이 6년 전이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6년이라니. 중2였던 너희들은 참 어렸었는데 벌써 22살의 어른이 되었구나. 사실 너희들은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너희들의 나를 향한 원망을 기억하고 있다. 불현듯이 그때가 기억이나. 아마 너희들도 모여서 6년 전을 돌아보면 나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이야기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너희들은 참 순수했어. 순진했고. 중학교 2학년이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초등학생 같은 풋풋함과 귀여움이 있었다. 선생님들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자신감 있는 말투. 친구들과의 재미난 장난. 눈에 보일정도의 순수한 마음 등 내가 보기엔 너무 좋았단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아직 덜 자란 모습. 관계를 풀어내는 어려움. 쉽게 상처받고 잘 토라지는 마음도 샘에게는 보였었다.
그때가 그랬지. 다른 여자 애들 무리와 마음이 상해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을 때. 항상 의견충돌이 나고 서로 못마땅해할 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로 없는 무리 취급을 할 때. 하지만 크게 싸우거나 다투지 않았던 그때. 샘은 너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다. 샘이 개입할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어.
너희는 그런 샘의 모습을 보고 방관하거나 상대방 아이들의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했었지. 그래서 웃으며 아니라며 해결방법을 몇 가지 제시해 줬었다.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까. 화해의 방법을 알려줄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용기가 무엇일까 등 몇 가지가 있었지. 그런데 너흰 내가 해결해 주길 바랐었어. 웃으며 거절하는 모습이 너희에겐 서운했겠지.
샘이 강조했던 샘의 교육철학 기억나니? 그중 하나가 자립이었어. 특히 아직 초등학생 같았던 너희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었다. 소소한 갈등을 잘 풀어내는 능력.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고 너희 문제를 방관한 것도 아니었어. 그냥 너희가 너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길 바랐을 뿐이야. 샘이 개입하기엔 너희가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다투거나 싸운 게 아니라 서로 마음이 상한 의견충돌이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샘은 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 같아. 너희의 원망을 또 듣더라도 말이야. 샘이 직무유기 했다고 생각해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어. 샘은 그때 너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었다고 생각하거든.
이렇게 닿지 않을 편지를 쓰지만 내 마음이 너희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언젠가 너희들이 모여서 그때일을 회상할 때 좋은 선생님은 아니어도 나쁜 선생님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고 말이야. ㅎㅎ
어디선가 너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제자들아.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그리고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많이 성장해서 자립하고 있는 너희들이 되길 또한 바란다. 그럼 언젠가 만나게 되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렴. 샘도 그래볼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