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꺼내서 읽은 소설. 고래. 잊고 있었던 금복과 춘희의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십여 년 전 이 책을 읽었을 때 빨리 수업을 마치고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빨리 그녀들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녀들은 여전히 엄청났다.
가히 판타지 소설과도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날것으로 표현해 낸 작가의 문장력. 독자와 장난치듯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는 듯 인물 묘사. 폭주기관차처럼 거두절미하고 질주하는 이야기의 힘.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느껴지는 소설. 고래였다.
정말 다채로웠으며 흥미롭고 흡입력이 넘치는 문장과 스토리였다. 그런 내러티브 앞에 내가 항상 좋아하고 강조하는 개연성은 소용이 없었다. 그저 그 거대한 이야기를 납득하고 받아들이고 수긍할 수밖에... 재밌는 이야기는 무적이었다.
혹시 끝나가는 가을. 재미난 소설을 원하신다면 금복과 춘희. 그리고 고래를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