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그렇게 저희 아이를 잘 아세요. 감사해요."
오늘로써 네 번째입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학부모님께 듣는 칭찬의 말입니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성적은 어떤지, 습관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대학은 갈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머님들께서 하시는 칭찬의 하나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잘 돌봐줘서, 잘 가르쳐줘서 그리고 제대로 보아 잘 알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이겠지요. 잘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사실 아이들을 아는 것을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보이는 모습일 뿐 진짜 학생의 모습과 마음까지는 제가 알지 못하지요.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칭찬. 아이를 잘 알아봐 주어서 감사하다는 그 말. 그 말을 듣는 저는 마음이 아주 무겁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잘 알아봐 주는데 정작 제 자식들을 잘 모른다는 아버지의 멍에 같은 거니까요. 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도 제 자식들도 보고 있는데 왜 이리 자식 놈들의 마음은 알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는 데로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아니면 아버지란 이름으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일까요.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담의 마지막은 저에 대한 반성으로 끝이 나곤 합니다. 열심히 성의를 다해 여러 가지 학생들에 대한 조언을 해드리지만 그 조언들은 결국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어제와 같이 칭찬을 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끝나지요.
선생님의 마음으로 오늘은 제 자식들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