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모습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제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새 입꼬리는 쳐져 가만히 있으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저의 웃는 모습은 제가 봐도 확실히 좋아 보입니다. 자주 웃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웃는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어색한 상황, 안 좋은 상황, 난처한 상황이나 안 좋은 분위기에서 웃음이 나곤 합니다. 진지한 분위기 혹은 혼나는 분위기에서도 웃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 자체를 못 견디다 보니 웃음으로 무마하거나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러가 아니라 언젠가부터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지요.
하지만 좋은 행동은 아닙니다. 당연히 분위기에 맞지 않는 행동이기에 질타를 받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난처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얼마 전에 아들과 다투고 온 와이프의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웃고 있다가 한바탕 혼이나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그러했습니다. 수업에 들어가니 제일 앞에 앉은 학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습니다. 위로해 주고 분위기를 전환해 주고자 웃으며 장난을 쳤지만 저를 한번 보더니 이내 눈물을 쏟아냅니다. 이어지는 반 아이들의 비난. 심각하고 슬픈 학생을 웃으면서 울려버린 파렴치한 선생님이 되어버렸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는 않지만 모든 웃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