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천문학 캠프를 했습니다. 방과 후에 아이들이 남아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망원경으로 목성이나 달을 관측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담당과목이 아니기에 관계자가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퇴근하다가 기웃거려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인간이 목성정도는 갈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공상과학 만화를 많이 봐서일까요. 인간에 그 정도의 능력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커서 달 가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날이 흐려 그 달은 보지 못했지만 콩알만 한 목성을 보면서 미래에는 갈 수 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주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입니다. 끝도 없이 팽창하고 이동하고 있으며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추측하고 예상할 뿐 실제로 볼 수는 없지요. 방금 본 목성도 과거의 목성이니 말입니다.
아이들과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 저녁으로 먹은 고기는 맛있었다는 것.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작은 먼지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니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자는 것. 때로는 실없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한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슬슬 정리하는 캠프 분위기에서 운동장에 홀로 남아 멍하니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모양과 색깔의 먼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