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 떠넘김 사이.

by 이소망

선생님들은 섬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같은 부서, 같은 학년, 같은 과목에 속해있긴 하지만 각자가 맡은 학급이 있고 전공과목도 달라 일반적인 회사와는 하는 일도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서에서 일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보다는 교사 개개인이 하는 일들이 많지요. 그래서 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맡았던 업무를 새로 오신 선생님이 맡으셨습니다. 작년에 저는 꽤나 많은 일을 하였기에 많이 바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업무가 많이 경감되었습니다. 충분하게 하실 수 있겠거니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잘못 생각했는지 새로 오신 선생님은 매번 힘들고 바쁘다는 말씀을 하셨고 자신이 맡은 업무를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기 시작하셨습니다. 같은 교과 선생님들은 충분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조금씩 십시일반 일을 나누어 분반하시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죠.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느끼는 업무량도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어제 행사가 끝나고 고등 수상대장을 제가 기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번 회의시간에 말씀드렸었다는 이야기가 뒤따라왔습니다. 당연히 제 업무가 아니고 작년에 제가 했던 일이라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군요. 수상대장 만들기. 어렵지 않고 귀찮은 일입니다. 수상 학생들을 수합해서 입력하고 결재받고 상장으로 만들어 인쇄하는 작업이죠. 충분히 해줄 수 있고 못할 것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 행사 담당자가 처음 행사 계획기안을 쓰셨으니 마무리도 행사 담당자가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월요일에 모여서 다시 협의회를 하자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하루종일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가 협업을 거부한 것은 제가 귀찮아서 인지. 담당자가 일을 하지 않고 떠넘기려는 모습이 괘씸해서 인지. 계속 저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은 아닌지. 나이를 먹어 속이 좁아진 것은 아닌지 고민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체육대회의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