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업 진도는 벌써 끝났습니다. 다다음주에 있을 기말고사에 제가 할 일은 다 했습니다. 진도도 다 나갔고 시험문제 출제도 끝났고 검토도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수업 때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해야 합니다. 수행평가 점수를 확인할 수도 있겠고 퀴즈를 만들어 기말고사 대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복습차원에서 다시 한번 연표로 정리해 줄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자습시키며 질문이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데 수업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퀴즈를 만드는 동안에도 복습을 위한 자료를 정리하는 중에도 수업을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생각이 많습니다. 먼 중국 땅에서 연신 들려오는 한국 소식을 들으며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과 걱정이 많습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 점이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도 연신 한국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비상계엄에 대해, 대통령에 대해,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고 저의 색깔에 대해 많이들 물어봅니다. 앞서 썼듯이 저는 최대한의 사실만 전하려고 하고 중도 회색분자라는 말을 해줍니다. 대충 얼버부리 기는 했지만 아마 아이들도 대충 알고는 있을 겁니다.
사실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히 들었던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나쁜 짓하면 벌 받는다.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 약한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배려하고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 옆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폭력을 쓰면 안 된다. 등 많은 것을 가르쳤지만 막상 눈을 돌려 현실을 바라보면 여태껏 가르쳤던 것이 다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살아야 잘 사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요.
학생들에게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런 책임 있는 모습이 사회에서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정의를 탐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의가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선을 행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념, 성별, 사상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 궁극의 선을 추구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비정상적인 세상에 수업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