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 둔한 사람.

by 이소망

오늘 동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참 둔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다른 교사와의 갈등, 싸움, 다툼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화가 날 수 있지만 어떻게 얼마나 화를 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결국 저는 둔한 사람이기에 화를 잘 내지 않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내는 거였습니다. 알아야 화를 낼 수 있지요.


꽤 오래전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일을 최대한 하지 않으셨고 시험기간에 민원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자기 반 학생들을 번호로 부르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반 아이들이 항상 저에게 와서 학업이든 진로든 상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냥 저런 선생님도 계시는구나 싶었습니다.

같은 교무실에 계셨지만 특별한 접점이 없어 일이 없던 때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 그 선생님께서 말을 거셨습니다. 상황도 장소도 분위기도 정말 뜬금이 없던 것이 기억납니다.


"내가 샘을 오해했잖아. 공짜 엄청 좋아하는 줄 알았어."


"아.. 예..."


그리고선 대화가 종료되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던 대화의 시작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사실 저 말의 의미를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짜를 좋아하긴 하지만 엄청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그리고 왜 그 상황에서 다른 말은 거두절미하고 저 말을 한 것일까요? 저 말을 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하지만 당시에는 '뭐지?' 하면서 넘어갔던 정말 둔한 사람이었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겐 저의 둔함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무례를 범했지만 저는 무례라는 것을 모르니 화가 날일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나중에 생각이 나도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또한 화날 일이 아닙니다. 둔함의 장점입니다.


그런데 왜 이리 제 자식들에게는 화가 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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