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보일러가 없습니다. 최근 중국도 보일러가 있는 집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확실히 한국 것만 못합니다. 중국은 입식문화였고 땅이 넓어 보일러가 필요 없는 지방도 있다 보니 보일러보다는 히터를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제가 있는 상하이도 제주도보다 위도가 낮지만 그럼에도 겨울에는 꽤 추운 편이라 히터가 필요합니다.
히터는 너무 전기세가 많이 나와 라디에이터를 사람들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저도 최근에 라디에이터를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또 얼마나 쓸까 싶어서 사지 않았는데요. 오늘 분리수거를 하러 쓰레기를 들고 나서는 길에 제 앞으로 어떤 남성분이 나타났습니다.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말이죠. 제가 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저벅저벅 걷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남자분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자마자 라디에이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납작하고 넓은 외형에 전원선이 달려있는 것은 라디에이터죠. 보아하니 이 남자분은 라디에이터를 가지고 분리수거장에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굳이 지금 이 시간에 라디에이터를 옮길 일은 버리는 것 밖에 없을 테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분리수거장 앞에 라디에이터를 놔두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제 분리수거를 마치고 슬쩍 가서 라디에이터를 살펴본 다음에 손에 들고 집으로 복귀합니다. 같이 분리수거를 갔던 아이들이 저를 의아하게 쳐다봅니다.
'아버지. 그걸 왜 주워오세요?'
'쓸 수 있지 않을까?'
물건을 주워오는 모습을 아이들은 신기해합니다. 혹시 이런 저의 모습이 부끄러울까 걱정은 되지만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습니다.
라디에이터를 주워오면서 벌써 35여 년 전 그러니까 제가 7살이었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저희 가족은 꽤나 많은 물건들을 주워왔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책상, 장롱 등을 주워오기도 했고 쓸만한 물건들은 집에 가져와 닦고 고쳐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7살이었던 저는 두 살 위 형과 함께 동네를 쏘다녔는데 어느 날 동네 전봇대 밑에서 빨간색 코트를 발견했었습니다. 빨간색 코트는 활짝 펼쳐진 채로 전봇대 밑에 기대어있었는데 제가 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던 예쁜 옷이었습니다. 형과 저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그 코트를 집으로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꽤나 컸고 무엇보다 전날 비가 와서 물을 머금었기에 무거웠습니다. 형과 제가 팔을 하나씩 잡고 질질 끌면서 집으로 가져왔던 기억이 납니다. 집으로 그리고 안방으로 코트를 나른 저와 형은 종이에 어머니께 편지를 썼습니다.
"어머니. 스승의 날 감사해요."
어버이날은 지났고 곧 스승의 날이었거든요. 스승의 날 선물을 드리고 싶었었습니다. 스스로 기특한 마음에 편지를 코트 위에 두고 밖에 신나 하면서 뛰쳐나왔던 그때 그 감정이 생생합니다. 집에 돌아오신 부모님은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아니 화가 나셨을까요. 힘들게 집에 돌아오니 왠 물어 젖은 쓰레기 코트가 안방에 덩그러니 놓여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은 저희에게 화를 내지 않으셨고 빨강 코트를 잘 처리하셨습니다.
라디에이터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35여 년 전 코트를 가져오던 어린 저를 소환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게 과거 추억에 웃으며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라디에이터는 잘 작동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