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잃어버렸었다.

by 이소망

오늘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로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옛날 추억들을 이야기하다가 둘째를 잃어버렸었던 2012년이 생각났습니다. 저희 가족은 신년을 맞아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다녀왔었습니다. 첫째가 6살. 둘째가 4살. 셋째가 2살 때였습니다. 와이프와 저도 참 젊었을 때였죠.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들떴던 저희 가족은 정말 즐겁게 아쿠아리움을 구경했습니다.

물고기도 많이 보고 거북이며 불가사리며 신기한 바다생물들을 구경했습니다. 아이들도 책이나 티브이에서만 보던 진짜 동물들을 보니 얼굴에 놀라움과 즐거움이 가득했었습니다. 연신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물고기에 대해 설명해 주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놀다가 어느덧 출구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소감을 물어보며 집에 갈 준비를 하다가 우리 부부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와이프가 먼저 그리고 제가. 그렇게 화장실에 다녀온 뒤 집에 가려는데 둘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랑 화장실 같이 다녀오지 않았어?"


"아니? 나는 당신이랑 다녀온 줄 알았는데?"


그렇게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5초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출구 주변을 돌아다니며 둘째를 찾아보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이름을 불러가며 둘째를 찾았지만 아무런 대꾸도 반응도 없습니다.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가니 순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출구 앞 복도를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4살밖에 안되었으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혹시나 인형이나 장난감에 눈이 팔렸을까 싶어서 복도에 즐비한 상점들까지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복도 끝에 다다르니 더 넓은 대로가 나타납니다. 만약 여기까지 둘째가 왔으면 절대 못 찾을 인파들이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시 반대편 복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걱정이 염려가 되고 염려가 슬픔이 되고 슬픔이 절망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어가던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복도를 미친 사람처럼 몇 번이나 왕복을 했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아이를 찾는 모습을 코엑스 아쿠아리움 직원도 봤는지 저희에게 다가와 혹시 안내방송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희는 필요하다고 빨리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저는 나왔었던 아쿠아리움을 되돌아가 출구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머릿속은 하얗고 눈물이 글썽이고 계속 뛰어서 기진맥진한 가운데 천천히 걸어 들어간 아쿠아리움 출구 부근에서 어항 속 물고기를 멍하니 보고 있는 둘째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너무 힘이 풀려서 가만히 서있었는데 물고기를 구경하다가 저를 발견한 둘째는 천천히 저에게 걸어와 저의 다리를 꼭 안았습니다.

그렇게 둘째를 찾아 다시 출구로 나오니 와이프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직원분에게 아이를 찾았다고 말씀드리고 주차장으로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습니다. 화를 낼 기운도 말을 할 힘도 남아있지 않아 집에 오는 동안 저희는 한마디도 못한 채 묵묵히 차를 몰았습니다. 아이를 찾았다는 기쁨, 안도감, 걱정, 피로 등이 뒤엉켜 어떤 감정도 표출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그 절망감이 생생합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당시를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때때로 아이들 때문에 속상할 때 당시를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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